국회 정상화로 공적자금 처리 문제는 한 고비를 넘기게 됐으나 정작 자금이 투입될 금융권의 구조조정은 지지 부진해 답답하기만 하다.들리는 바로는 당초 정부가 발표했던 구조조정의 밑그림 자체가 해당 은행들의 반발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한다.
정부 당국 또한 갈피를 못 잡고 이곳 저곳 눈치만 살피는 듯한 모습이어서 여간 혼미한 상황이 아니다. 어떤 난관이 있더라도 당초 제시한 구조조정의 방향을 초지일관 밀고 나가야 한다.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부실 은행들을 1개의 지주회사로 묶고, 우량 은행들은 자율적으로 지주회사 설립을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던 게 불과 한달 여 전의 일이다.
그리고 11월말까지 그에 관한 대체적 윤곽을 확정짓겠다고 밝힌 것을 국민들은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시한을 며칠 앞둔 최근까지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심히 걱정스러울 뿐이다.
무엇보다 '지주회사 1개' 라는 기본 방침마저 깨지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등 해당 금융기관들이 단일 지주회사로 편입을 거부하며 저마다 독자적으로 지주회사를 세우겠다고 아우성이라 한다.
그럼에도 당국은 리더십과 조정 능력을 보이기는 커녕 이제 와서 다시 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다.
더욱이 이들 은행이 정치권을 업고 자기 몫을 지키기 위해 전방위 로비를 펴고 있다 하니 또 다른 모럴 해저드의 극성이다. 어떤 은행은 "이 정권의 모태가 어딘데 감히."하는 식으로 버티고 있다고 하는 데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정부가 당초 제시한 1개 대형 지주회사 설립 안은 물론 선뜻 동의하기가 어려운 구석이 많다.
대형화가 반드시 경쟁력과 효율성을 보장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지주회사 방식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책은 선택과 집중의 문제다. 일단 원칙을 세웠으면 강력히 추진하면서 그 부작용과 역기능을 최소화하게 되면 정책의 힘이 나오는 법이다.
집단이기주의의 반발과 저항에 밀려 정부 스스로가 한달 만에 원칙을 훼손한다면 부실 청산이니 구조조정이니 하는 것은 이미 물 건너 간 일이 되어버릴 것이다. 로비와 압력에 의해 기형적으로 세워진 지주회사들이 걸어갈 전도도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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