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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트롬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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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트롬쇠

입력
2000.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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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빛이 없거나 부족해서 밝지 않은 상태다. 날이 어둡다고 말할 때 그 '어둡다'는 보이는 상태를 기술하지만, 눈이 어둡다고 말할 때 그 '어둡다'는 보는 능력을 기술한다. 즉 어둠은 주객을 넘나든다. 어둠은 감각을 넘나들기도 한다.어둠은 일차적으로 시각과 관련된 말이지만, 귀가 어둡다고 말할 때 그것은 청각으로 확대된다. 어둠은 또 인간의 지력과 관련해서도 사용된다. 세상 물정에 어둡다는 것은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는 뜻이다. 더 나아가 어둠은 침울함을 의미하기도 하고, 악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둠이 편안함을 상징할 때도 있다. 뭍으로 나오기 전의 '인류'가 살았을 태고의 심해나 우리가 태어나기 직전의 어머니의 자궁 속에서, 어둠은 침울함의 질료가 아니라 편안함의 묘약이었을 것이다. 갑작스러운 정전(停電)으로 노동의 중단을 합리화할 수 있을 때, 우리는 전근대적으로 편안하다.

오늘, 그러니까 11월25일부터 내년 1월21일까지 거의 두 달간 노르웨이의 트롬쇠라는 도시에는 해가 뜨지 않는다. 기나긴 밤이 계속되는 것이다. 이 긴 어둠은 트롬쇠 사람들에게 침울함의 시간이기도 하고 아늑함의 공간이기도 할 것이다.

반면에 매년 5월21일부터 이듬해 7월23일까지 이 도시에서는 해가 지지 않는다. 심야에도 태양이 지평선 언저리에 걸려 있는 것이다.

피오르드의 도시이기도 한 트롬쇠는 노르웨이 북부 트롬쇠주의 수도다. 트롬쇠주는 그 자체가 하나의 섬이고 본토와는 1,036m의 현수교로 연결돼 있다.

그러니 본토와 트롬쇠는 서울의 마포와 여의도 사이보다도 더 가깝다. 1250년에 건설된 이 도시에는 오로라 관측소, 지질 관측소, 북극박물관 등이 있다. 트롬쇠 대학은 지구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대학이다.

고종석 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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