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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토론회의 지적 열기

입력
2000.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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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11시께 서울 웨스턴 조선호텔 그랜드 볼룸 입구. 한 중 일 문화대토론회 참가자 등록창구에서 한동안 큰소리가 울려 퍼졌다. 부산에서 새벽에 왔다는 한 아주머니(60)의 사연이다."차가 막혀 좀 늦었는데 두번째 자료집이 떨어졌대요. 오늘 주제인 '생활문화'는 관심이 많아서 꼭 읽고 싶었습니다. 자료집이 없다는 소리에 너무 화가 나 큰소리가 나왔나 봐요"

한국일보사 요미우리신문사 인민일보사가 공동주최한 토론회는 동북아 3국의 문화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시켜주었다.

도올 김영옥의 강의의 정도는 돼야 청중의 반응과 열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는 토론장이 만원을 이룬 첫 날부터 빗나갔다.

동시통역 이어폰을 꽂고 경청하는 할아버지, 자료집에 줄을 그으며 메모하는 수녀와 스님, 쉬는 시간에 토론내용을 노트에 정리하는 노(老)교수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딱딱한 발표내용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들의 모습은 정말 보기 좋았다.

지난해 9월 한국에 유학온 재중동포3세 김혜진(23.여.서울대학 대학원 언론정보학과1)씨도 "한국에서 토론회를 하면 청중의 열기가 이렇게 높은가요? 대학강의실에 온 것 같았어요"라며 놀라워했다.

토론회의 주인공은 단상에 올라 발언하는 동북아 3국의 내로라 하는 석학도 전문가도 아니었다. 애써 구한 자료집을 소중하게 안고 돌아가는 아주머니, 고국의 뜨거운 지적 열기를 확인하고 좋아하는 여학생, 바로 그런 사람들이었다.

김관명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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