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내친 김에 끝까지 가자."플로리다주 재검표 사태가 혼전에 혼전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23일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측이 제기한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수작업 재검표 진행요청을 기각했음에도 불구, 고어 후보측은 결사항전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고어 후보측의 제니 베커스 대변인은 이날 "오는 27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개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만약 재검표 결과에서도 뒤지고 소송전에서 마저 패할 경우 자칫 정치 생명마저도 위협 받을 수 있는 이 같은 '강공책'은 전적으로 고어후보 자신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플로리다 재검표 사태 초기부터 최측근 선거 참모들과 함께 소송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고어 후보의 '정치도박'은 이번에 낙선할 경우 차기를 도모할 수 없다는 절박감과 전국 지지율에서 앞선 자신을 여론이 지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8년간의 부통령직을 토대로 손쉽게 민주당 후보로 지명된 고어는 이번에 낙마할 경우 재기불능의 처지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리처드 게파트 하원 원내총무를 비롯, 의회내의 차기 대권주자들에 견주어 아무런 정치적 타이틀이 없는 고어가 4년 후에도 재도전에 나설 수 있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당내에는 이번 주 들어 고어 후보의 역전가능성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데다 고어의 고집을 비난하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민주당 원로인 로버트 토리첼리 상원의원(뉴저지)은 "수학적으로 계산해 보건대 고어 후보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와의 표차를 따라 잡는 게 불가능하다"고 공언했다. 소송전을 주도하고 있는 고어의 핵심 측근조차도 "현재로서는 승산이 10%도 안된다"며 불안해 하고 있는 것으로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했다.
이 같은 상황속에서 고어측은 수작업 재검표가 진행중인 팜 비치 카운티 등에서 몰표가 쏟아지고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의 수검표 재개가 성사되면 뒤집기가 가능하다고 주장하며 당내결속을 다지고 있지만 점차 설득력이 떨어져 가고 있다.
소송전과 표 대결에서 밀리고 있는 가운데 당내 동요마저 생기고 있어 고어의 처지는 어려운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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