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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와 살아보니 인간이 이해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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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팬지와 살아보니 인간이 이해돼"

입력
2000.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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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이유 / 제인 구달 지음 / 궁리 발행제인 구달(66) 박사는 야생 침팬지 연구로 20세기 동물행동학의 거목이 된 선구적 학자다. '침팬지는 초식동물이 아니다' '도구를 사용한다' '비가오면 춤을 추며 경외감을 표현한다' 등 그가 보고한 침팬지의 습성은 충격적이었다.

사람들을 더욱 경탄케 한 이유가 있다. 1960년 스물 여섯의 나이로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있는 곰베 야생동물 보호구역에 들어가 30여년간 침팬지와 생활하며 한 가족처럼 지냈다는 사실이다.

그가 처음 침팬지 연구에 들어갈 무렵 사람들은 '금발 미인은 남자보다 침팬지를 더 좋아한다'고 비꼬며 얼마 못 갈 치기어린 행동쯤으로 여겼지만, 그는 30년을 훌쩍 넘겼고, '행동과학의 슈바이처'라 불리며 현대적 전설이 됐다.

어떤 정열이 그의 인생을 그 길로 몰고 갔을까? 궁금증에 대한 답이 '희망의 이유'(궁리 발행)에 기술돼 있다. 자서전 격인 이 책에서 자연과 인간,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하고도 깊은 영적인 정신을 확인할 수 있다.

1934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독실한 기독교적 분위기 속에 서 자란 어린시절, 두 번 결혼하면서 겪은 사랑과 상처, 아프리카에서 침팬지와 부대끼며 찾은 더 넓은 삶 등 제인 구달의 생애 60여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타잔을 읽으면서 타잔의 애인인 제인보다 내가 더 잘할 수 있을텐데"라며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아프리카를 동경했던 그는 1957년 뜻하지 않는 친구의 초청으로 아프리카를 방문한다. 그곳에서 인류학자인 루이스 리키 박사를 만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그가 느꼈던 아프리카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탄자니아 곰베에서 지내다 영국으로 돌아온 그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것이 다르게, 거칠고 낯설게 보였다.

세계는 벽돌과 회반죽, 도로와 자동차와 기계의 세계였다. 자연은 거의 언제나 아름답고 영혼을 풍요롭게 했지만 사람이 만든 세계는 끔찍하게 추악하고 영혼을 메마르게 하는 것처럼 보였다. 곰베에서 영국으로 돌아올 때마다 두 세계간의 대조가 선명히 떠올라 나를 슬프게 했다."

이 슬픔이 침팬지 연구에 더욱 매달리게 했다. "우리의 공격성이 침팬지와 비슷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더욱 악질적이란 사실"에서 침팬지 연구를 통해 인간이 왜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가를 이해하고자 했다.

달리 말하면, 그의 연구는 인간이해의 또 다른 길이었으며 인간의 폭을 넘어서는 곳에서 이루어내는 성찰이었다. 그곳에서 상처를 치유하는 자연의 놀라운 힘을 발견했던 것이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희망의 이유'다.

박순영 옮김. 1만원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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