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교포 김은각씨호주의 농업전문가로 북한에 씨감자를 보급하는 데 힘써온 김은각(金銀珏 ㆍ58ㆍ농업)씨가 22일 방한했다. 북한의 씨감자 수확을 보고 온 김씨는 "평양의 농업과학원 감자공장에 씨감자 100만개가 열렸더라"며 "이 씨감자들만 제대로 보급되면 북한에 기아는 이제 걱정없다"고 사뭇 흥분한 표정이었다.
북한의 기아예방을 위해 국내 민간단체들이 씨감자를 공급해온 것은 여러해전부터. 그러나 중국산이 주종이라 북한토양에 맞지 않아 작황이 별로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올 2월 정부는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과 함께 북한 과학자들과 손잡고 씨감자를 현지에서 직접 배양하는 계획을 세웠다.
평양 농업과학원에 열린 씨감자는 바로 이 공동사업의 첫 수확. 씨감자 신품종 연구가 과학자의 몫이었다면 온실을 만들고 관수와 난방, 발전기 등의 기술자문역을 맡은 이가 김씨이다.
김씨는 "종전의 씨감자는 무게가 1g에 불과하고 경제성이 떨어졌는데 이번에 수확된 종자는 개당 10g에 가깝고 생산비는 10분의 1 수준이라 대량보급이 가능해졌다"고 전한다.
김씨의 장기는 야채농사. 평양 출신으로 경기 벽제에서 농사를 지어온 김씨는 일찌감치 해외농업에 눈을 돌렸다. 70년대 초 중동경기가 좋을 때는 중동에서 채소농사를 벌여 아랍에미레이트 왕실에 공급하기도 했다.
78년에 호주로 이민, 지금은 시드니 인근의 뉴사우스웨일즈에 3,000평 규모의 채소농장을 갖고 있다. 친구인 박창빈(朴昌彬ㆍ57ㆍ월드비전 사업본부장)목사와의 인연으로 북한씨감자 공장을 짓는데 기술자문역을 맡기로 한 다음에는 1~2주씩 평양에 9차례나 머물며 비닐하우스를 짓는 것을 독려했다.
"전기가 자주 끊기고 기술자들한테는 기계의 나사 돌리는 방법조차 일일이 가르쳐야 해서 처음엔 아득했다." 하지만 하루 16시간씩 잠을 줄여가며 일하는 김씨의 성실성에 감동 받아, 나중에는 북한쪽 박사들이 일일이 모래와 시멘트를 지고 나를 정도로 힘을 모을 수 있었다고 한다.
씨감자의 평양 수확에 힘입어 내년에는 정주와 백두산기슭 대흥단에도 씨감자공장이 건립될 예정이다. 김씨는 씨감자 보급이 궤도에 오르면 전문분야인 오이, 시금치 농사도 자문하겠다고 의욕을 보인다. 김씨는 "북한에 농사 짓는 법을 일러주는 것이 근본적인 기아 해결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