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이 파업으로 또 멈춰 설 위기에 처해 있다.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 도시철도공사 노조는 15일 파업찬반 투표를 실시, 74.7%의 찬성율로 12월8일부터 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파업결의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서울시는 지난 8월 '노사정(勞使政) 서울모델협의회'란 기구를 발족하면서 "앞으로 지하철을 비롯한 시 산하기관에 파업은 없다"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기 때문이다.
시는 발족당시 "노사 양측은 이 협의회를 통해 각종 현안에 대한 사전합의를 이끌어내게 돼 있어 이제 더 이상 파업 등의 분규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발족 3개월만에 도시철도공사의 노사는 각종 현안에 대한 이견을 전혀 좁히지 못해 파업결정까지 이르렀고 이 과정에서 서울모델협의회는 그저 뒷짐만 지고 있는 형국이다.
발족 이후 공식회의 2차례뿐
노사정 서울모델위원회는 지하철공사, 도시철도공사 등 시 산하 6개 투자기관 노사 양측의 공동협의사항과 각 사업장의 개별사안에 대해 미리 충분한 협상을 통해 합의안을 제시하는 기구. 6개 기관의 임금 가이드라인과 근로조건을 협의하고 현안이 발생하면 즉각 회의를 열어 분규를 차단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위원장인 이규창(李奎昌) 단국대 교수를 비롯, 김정국(金正國) 지하철공사사장, 홍종민(洪鍾敏) 도시철도공사 사장 등 6개 기관 사장단 및 각 노조위원장들과 중재역할을 맡는 공익대표 5명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분규가 발생한 뒤 중재에 나서는 기존의 노사정위원회와 달리 사전에 문제발생 소지를 없애는 이 기구를 통해 분규없는 신 노사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강조해왔다.
협의회가 거창하게 출발은 했지만 발족이후 아무런 효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간 공식회의는 2차례 정도 가졌으나 그것도 상견례 수준에 그쳤다. 협의회 출범이후 최대 현안이었던 도시철도공사의 노사문제에 대해서도 협의회는 정식 회의를 한번도 한 적이 없다.
보름후 파업, 위원회 역할 촉각
도시철도공사 노조(위원장 김만화?金晩化)는 ▦13%임금인상 (공사안 5.5%인상) ▦적정인력 확보 ▦근무형태 개선 및 임금 구조개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12월8일부터 전면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노사가 8월이후 6차례의 단체교섭을 벌이며 치열하게 대립하는 동안 중재에 나서야 할 모델협의회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다.
이에 대해 노사정협의회 이 위원장은 "파업 찬반투표가 진행되기 전에 모델협의회가 나섰어야 하는데 뜻대로 되지않아 유감"이라며 "이달말 안에 관계자 회의를 열어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사정협의회의 출범으로 '분규없는 신 노사문화시대의 개막'을 외쳤던 서울시의 호언(豪言)이 허언(虛言)으로 끝날 지 주목된다.
염영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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