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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금고 불법대출 '정현준 수법'과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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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금고 불법대출 '정현준 수법'과 닮은꼴

입력
2000.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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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준 사건에 이은 열린금고의 불법대출 사건으로 상호신용금고가 벤처기업인의 사금고로 전락했음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특히 금융감독당국은 이번에도 2차례의 불법대출 사실을 적발하고도 가벼운 징계에 그쳐 사실상 출자자의 불법대출 관행을 방조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MCI코리아의 수법

MCI코리아 대표인 진승현씨는 지난해 8월 열린금고를 인수하자 마자 금고의 자금을 빼내기 시작했다. 8월 한달동안 열린금고에서 에이스캐피탈(MCI코리아의 전신)로 흘러 들어간 자금은 모두 337억원. 이 과정에서 진씨는 에이스캐피탈의 자회사인 시그마창투 계좌를 이용, 불법 대출을 은폐했다.

금감원은 9월 이상징후를 포착하고 감사에 들어가 불법 사실을 적발했지만 대주주가 대출금을 모두 상환하는 바람에 금고 임직원을 면직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했다.

진씨는 그러나 검사가 끝난지 5일만에 다시 불법대출을 시도, 이번에는 시그마창투로 250억원을 빼돌렸다. 금감원의 3월 종합검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됐지만 역시 대출금을 상환, 손성호 대표 등 2명이 면직처분되는 선에서 무마됐다.

열린금고는 검사직후 다시 불법대출에 들어가 4월부터 11월까지 MCI코리아의 관계사 등에 자기자본의 247%에 달하는 377억원 내줬다. 금감원은 이 자금도 모두 MCI코리아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감원의 솜방망이 징계

금감원은 지난해 9월과 올해 3월의 감사의 징계수위와 관련, "자본금의 100%를 넘는 출자자 대출은 영업정지 사유에 해당되지만 검사기간에 모두 상환됐기 때문에 관련 법규상 영업정지 조치를 내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해하지 못할 해명'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즉 금감원이 사전에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바람에 금고 대주주인 진씨가 검사 기간동안만 대출금을 잠깐 상환하면서 금감원의 검사를 피해 갈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금감원은 이번에도 검사시한인 이달 30일까지 대출금이 상환되고 유동성 위기만 없다면 영업정지를 내리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MCI코리아' 진승현은 누구인가

열린금고 불법대출 사건의 중심에 있는 MCI코리아는 기업 인수ㆍ합병(M&A)을 주로 하는 투자전문업체다.

진승현 대표(부회장)가 98년 인수한 에이스캐피털이라는 벤처캐피탈업체를 모태로 설립,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 현대창업투자와 이머징창업투자, MCI개발(부동산), 클럽MCI(전자상거래 및 엔터테인먼트) 4개 회사 지분 100%를 갖고 있다.

또 금융회사로는 열린금고(76.9%)와 대구금고(관계사)를 두고 있다. 영국 리젠트퍼시픽그룹이 참여한 금융지주회사 코리아온라인(KOL)에도 지분 15.6%를 투자했다. 최근에는 영화 '리베라메'제작에 투자해 관심을 모았다.

진 대표는 98년 업계에 뛰어들어 불과 2년만에 벤처금융계의 '2세대 풍운아'로 부상한 인물이다.

고려대 경영학과 2년을 마친 후 94년 유학길에 올라 미국 영국 홍콩 러시아 등 10여개국 금융시장에서 '실전기법'을 섭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기통신 LG정보통신 한글과컴퓨터 등에 투자해 '대박'을 터뜨렸고, 고려산업개발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100원에 인수한 뒤 1,200원에 되파는 과정에서 약 100억원의 종자돈을 모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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