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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근육도 사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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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세상] 근육도 사색을 한다

입력
2000.1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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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 뒷굽은 바깥쪽이 먼저 닳기 마련이다. 이는 다리에 가해지는 체중을 분산시키기 위해 발목이 바깥쪽으로 꺾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균형 잡힌 보행습관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 해도 구두 뒷굽 안쪽이 닳는 경우는 거의 찾기 힘들이다.안쪽 뒷굽이 먼저 닳는 사람이 있었다. 강원도 산골이 고향인 그는 가파른 산길 20여리를 달려 초등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산길을 달리다 보니 자칫 발목이 바깥으로 접질러지는 일이 많았다. 달리는 탄력으로 몸무게에 밀려 발목이 꺾이기 때문이었다. 몇 번 발목 부상을 입고부터 새로운 습관이 생기기 시작했다.

땅이나 바위를 디딜 때 발 뒷꿈치의 바깥쪽보다 안쪽이 먼저 지면에 닿도록 하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자칫 발목이 접질러질 것에 대비한 자기보호 자세인 셈이다.

그렇게 수년의 통학습관이 몸에 배고 나니 성년이 되어 평길을 걸어도 발 뒷꿈치의 안쪽이 먼저 땅에 닿는 보행습관이 굳어버렸다. 자연히 구두 뒷굽의 안쪽이 먼저 닳았다.

근육도 자기보호를 위해 사색하고 대응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골프연습을 할 때도 근육이 어떤 상태에서 어떤 내용을 익히는가는 매우 중요하다.

근육이야 주인이 명령하는 대로 움직이지 무슨 독자적인 사색을 하는가 반문하고 싶겠지만 근육도 사색한다. 그것도 순수한 상태에서 사색한다. 근육은 교활하지 않다. 이중적이지도 않다.

동반자의 멋진 드라이버샷에 입으로 '굿샷!'을 외쳐 놓고 속으로는 언짢아 하면 근육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입으로 외친 말을 믿어야 할지 속으로 중얼거리는 불평을 따라야 할지 주인의 본심을 알 수 없다.

상대방을 반드시 이기겠다는 작정으로 덤벼들어도 근육은 긴장한다. 평소의 훈련된 익숙한 동작을 재현할 수 없다.

OB말뚝이나 해저드, 벙커 등이 눈에 들어와도 아무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플레이하면 근육도 부담 없이 움직여주지만 주인이 장애물들에 공포감을 갖고 확신감 없이 플레이하면 근육 역시 자신감을 잃는다.

근육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주인이 입력시키고 훈련시킨 대로 움직인다. 주인이 엉뚱한 생각을 하고 확신감 없이 주저하고 말과 생각이 다르면 근육도 혼란에 빠진다.

연습장에서는 거리도 나고 방향도 좋은데 실제 골프장에서는 그렇지 못한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연습장에서는 경쟁자가 없어 욕심 없이 빈 마음으로 샷을 날릴 수 있지만 실제 필드에서는 온갖 욕심과 잡념이 끼어들어 근육이 혼란에 빠지기 때문이다.

골프를 할 때 근육도 배려하는 여유를 가져보자.

/편집국 부국장=방민준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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