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 올해 스크린쿼터(한국영화 의무상영 일수)를 136일로 한다고 발표했다. 원래 146일에서 10일을 단축시켜준 셈이다. 영화진흥법시행령 13조에 따라 문화부장관이 한국영화수급상황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다.당장 극장에서 난리가 났다. 예년에 비해 오히려 열흘이 더 늘어났기 때문이다. 당연히 10년동안 적용돼 왔던 126일로 알고 한국영화상영 스케줄을 맞춰 온 극장들로서는 관객이야 들건 말건 12월 내내 한국영화를 상영하지 않고는 10일을 더 채울 방법이 없는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한국영화 흥행이 신통치 않아 126일로 한다 해도 서울의 극장들 절반 이상이 스크린쿼터를 위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극장들로서는 가을부터 스크린쿼터를 걱정해 한번 개봉한 영화를 다시 걸거나, 멀티플렉스의 경우 한 작품을 갖고 이리저리 상영관을 옮겨가며 상영하는 편법을 쓰고 있다.
서울시극장협회는 17일 긴급이사회를 열었다. 곽정환 이사장은 "한국영화의 제작, 흥행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우선 정부의 결정은 시기적으로 너무 늦다.
지금이면 이미 연말까지 상영계획이 끝난 상황" 이라고 했다. 더구나 극장은 늘어나 전반적인 상영기간이 짧아진 데다 지난해에 비해 한국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져 장기 상영이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관광부의 시각은 다르다. 최근 한국영화 개봉 편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관객점유율도 양호하게 나타나는 등 예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수급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것이다. 136일은 이미 10월 국정감사 때 차관이 밝혔다고 했다.
실제 정부의 설명처럼 올해 한국영화는 양적으로 증가했다. 영화진흥위 정책연구실 조사에 의하면 11월말까지 한국영화 개봉 편수는 51편으로 이미 지난해(43편)보다 많다.
관객수 역시 10월말 서울 666만여명을 기록, 연말까지는 지난해 860만명을 채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은 30%로 5.8%나 낮아졌다. 전체적으로 관객은 증가했지만 한국영화가 약세였다는 증거이다.
더구나 지난해에 비해 서울의 경우 상영관수가 20여개나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그만큼 극장들의 수익이 적어졌다는 얘기도 된다.
산술적으로 보면 146일은 전체 상영일수의 40%이기 때문에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이 40%일때 가장 자연스럽다. 그렇지 못한 기준을 설정해 놓고 매번 이쪽(제작자) 저쪽(극장주) 눈치 보아 가며 고무줄처럼 기준을 운용하는 정부와 으레 줄여줄 것이라 기대하며 한국영화 상영에 소극적인 극장들. 어느 쪽도 외압에 시달리는 스크린쿼터를 위한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이대현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