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당국으로 부터 여러 가지 제약을 받고 있다는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성명은 우리를 황당하게 한다.황씨와 함께 동반 탈북했던 김덕홍씨는 20일 '남북통일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란 성명을 통해 국가정보원이 자신들이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몇 가지 제약조치를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성명에 따르면 국정원은 황씨 등에게 정치인과 언론인의 접견금지, 외부강연 및 책 출판 금지 등 5가지의 제약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해명자료를 통해 "황씨 등의 행동이 남북화해, 협력관계 진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자중해 줄 것을 권장했다"고 했다.
이 해명자료는 또 "황씨는 역사적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가 새롭게 진전되는 상황에서도 북한체제 붕괴론을 거듭 주장함으로써 북한으로부터 테러위협이 더욱 가중돼 온 것이 사실"이라며 "황씨 등은 이러한 대세의 흐름을 외면하고 당국의 권장에 반발하여 자의적으로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황씨와 국정원간의 티격태격을 보면서 우리는 그간 황씨를 '관리'해 온 당국에 그 망신살스런 티격태격의 1차적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당국이 황씨 한 사람도 설득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다수의 사람들에게 우리의 통일논리를 이해시킨단 말인가 하고.
황씨에게도 할 말이 있다. 그것은 기왕에 남한 땅에 왔으면 변화된 상황을 수용할 수 있는 적응력을 가져 달라는 주문이다.
냉전적 사고로는 한반도 문제 해결이 불가능함은 재론이 필요치 않다. 지금 우리는 황씨가 지적한 '수령 1인 독재국가'와 평화공존을 위해 화해와 교류를 시작했다. 황씨의 논리대로라면 수령 1인 독재체제인 김정일체제가 붕괴될 때까지는 교류와 협력 대신 대립과 갈등 관계를 지속해야 한단 말인가.
황씨가 아무리 '모든 걸 다 버리고 왔다'고 해도 이곳 질서에 대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금도는 있어야 한다. 그의 통일방안에 대한 견해도 중구난방식이 아니라 당국을 통해 정책적 참고가 되도록 해야 한다.
민족의 통일논의가 어찌 황씨 한 사람 어깨에 부하된 과업 차원일 수 있단 말인가. 황씨에 대한 당국의 조치도 옹졸하지만 그렇다고 마치 자신이 '통일 해결사'인양 하는 그의 거드름도 결코 문제가 없지 않다.
이 시기 "물꼬가 트인 남북관계가 절대 후퇴나 변질없이 바르게 발전해야 한다"는 김수환 추기경의 지적은 모두가 새겨들어야 할 경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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