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의 자구안에 대한 내외 시장의 반응은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것 같다. 자구안 자체는 평가할 만 하지만 그것의 명실상부한 실행 과정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보는 유보적 태도도 없지 않다.일단 발등의 불은 껐다고 해도 근본적 과제들이 남아 있는 점도 결코 안심할 수 없게 하는 긴장요소로 본 것이다. 현대 채권단 정부 모두 "이제부터가 진짜 난관"이라는 절박한 각오를 되새겨야 할때다.
이번 5차 자구안은 종전에 비해 상당히 실효성이 높은 방안들을 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주영 전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의 사재 출자 결정 등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를 포함한 총 1조3,000억원 가량 자구안이 계획대로 이뤄지기만 한다면 당장 유동성 위기 해소와 당분간 자금 흐름에는 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서산 농장과 계동 사옥의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는 전제 하에서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아직도 시장 일각에서 의구심을 갖고 있는 만큼 조속히 세부 안을 확정 짓는 작업이 긴요하다.
아울러 이번 자구안과 별개로 보다 근원적인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이번 자구안이 성공적으로 이행돼 부채가 1조원 가량 줄게 되더라도 현대건설은 여전히 4조원 이상의 부채가 남는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국내외 경제 환경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현대측은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해외공사 수주 잔고가 넉넉해 이번 위기만 넘기면 큰 걱정이 없다"고 현대측은 말하지만 내년에 몰릴 회사채 만기 등 자금 수급 여건상 결코 낙관할 처지가 아니다.
영업 이익이 금융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무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이번 자구안도 비로소 결실을 보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 감축, 경영 쇄신 등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바꾼다'는 환골탈태의 경영 혁신을 이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정몽헌 회장도 실소유주로서 그룹 회장직에 복귀해 경영 전면에서 권한과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이번에 발표한 현대중공업과 전자의 조기 계열 분리 계획도 이러한 혁신이 없을 경우 미궁에 빠질 수 있다.
현대측은 이번 자구안이 '마지막 출구'라는 점에서 확실한 실천력을 보여줘야 한다. 더 이상 추가 자구안은 시장과 국민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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