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가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의 사임에 따른 권력공백으로 정치적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페루 국회가 21일(현지시간) 대통령 권한대행을 선출하기로 결정했지만, 권력승계를 둘러싼 여야의 갈등 등 곳곳에서 정치권의 균열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대통령 권한 대행은 당초 헌법 규정상 1순위였던 리카르도 마르케스 제2부통령이 야당의 반발로 사퇴, 발렌틴 파냐과 국회의장이 가장 유력한 후보로 떠 올랐다. 사실상 일본에 망명한 후지모리가 "마르케스 부통령이 국정을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밝혔지만 이는 오히려 야당을 더욱 자극한 결과만 낳았다.
페루 헌법은 대통령 유고시 제1부통령-제2부통령-국회의장 순으로 권력을 승계하도록 정하고 있다. 제1부통령인 프란시스코 투델라는 지난달 몬테시노스 전 국가정보원장의 귀국에 반발, 사임한데 이어 마르케스도 20일 자진 사퇴함으로써 파냐과 의장이 사실상 권력을 승계하게 된 것이다.
야당의 마르케스에 대한 강력한 반대는 그가 친 후지모리계의 기득권세력이라는 점과 내년 4월로 예정된 차기 대선과 총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기가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파냐과 의장은 야당인 국민행동당 소속으로 최근 탄핵된 친 후지모리 인사인 마르타 힐데브란트 전 국회의장의 후임으로 의회에서 선출됐다.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인 야당 '페루의 가능성'의 알레한드로 톨레도 당수도 그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비록 야당의 뜻대로 대통령 권한대행에 파냐과 의장이 당선된다 하더라도 향후 페루의 혼미한 정치상황은 진정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야당의 독주에 친후지모리 세력인 여권과 군ㆍ경찰이 순순히 따를 것으로보이지 않는데다 야당내의 분열도 예상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후지모리에 맞서 야당이 톨레도 후보로 단일화했지만, 이번에는 여권의 뚜렷한 후보가 없어 야당간의 주도권 다툼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