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새벽 중의원에서 내각 불신임안이 부결됨으로써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는 취임 8개월만의 최대 위기를 간신히 넘겼다.모리 총리는 12월1일 임시 국회 폐회 이후 내년 1월의 중앙부처 개편을 감안한 개각 등을 통해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간사장의 '반란'으로 흔들린 정권 기반의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이에 따라 내년봄까지 일본 정국은 겉으론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년 여름의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자민당내에 잠복해 온 "모리 총리로는 어렵다"는 불안이 표면화, 3월의 전당대회에서 당규를 개정해 9월의 총재선거를 참의원 선거 이전으로 앞당기자는 움직임이 구체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당내 항쟁을 진압하는 데 탁월한 수완을 발휘, '막후 총리'임을 확인시킨 노나카 히로무(野中廣務) 간사장은 불신임안 부결후의 기자회견에서 "모리 총리도 보다 긴장감과 겸허함을 갖추고 소중하게 하루 하루를 새겨나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가토ㆍ야마사키파의 입을 통해 나온 비판ㆍ불만이 비주류파 뿐만 아니라 주류파나 연립여당인 공명당에서도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특히 공명당은 불신임안 정국에 대해 "당 개혁ㆍ자정 기능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태도를 밝히기까지 했다.
또 무당파 바람이 거센 가운데 바닥으로 떨어진 내각 지지율은 모리 총리의 심각한 고민이다.21일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 지지율이 10월 조사때보다 23%포인트나 떨어진 18%로 4월 내각 발족후 최저를 기록한 반면 비지지율은 64%로 최고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민심 전환의 유력 수단인 개각과 당직 개편은 논공행상 차원을 벗어나기 어렵다. 노나카 간사장과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정조회장의 유임이 거의 확실하며 총무회장은 가토 전 간사장과 결별을 선언한 '이케다(池田)그룹'의 호리우치 미쓰오(堀內光雄) 전 통산성장관과 고가 마코토(古賀誠) 국회대책위원장이 거론되고 있다.
하시모토(橋本)파에 이은 제2파벌인 가토파의 분열에 따른 당내 세력 재편도 유동성의 요인이다. 파벌 소속 12명이 '이케다 그룹'을 선언하고 45명중 24명이 불신임안에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가토파는 사실상 반분됐다. 파벌간의 가토파 이탈자 획득 경쟁으로 주류파의 결속에 금이 갈 수도 있다.
한편 가토 전 간사장과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정조회장에 대해 자민당 지도부는 "당개혁에 경종을 울렸다는 점에서 겸허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명분이 힘에 짓밟힌 데다 상당한 국민적 지지를 획득한 가토 전 간사장이 언제까지 자숙할 것인지도 미지수다. 자민당의 응집력과 정국 주도력 자체가 떨어진 상황이어서 일본 정국은 장기적 변화의 출발점에 섰다고 볼 수 있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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