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 당시 기업의 해외 매각을 둘러싼 국부유출 논쟁이 쟁점으로 부각됐다. 최근 부도난 대우차에 대해서도 국가 기간산업인 만큼 외국 기업에 팔아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국부유출 논쟁은 80년대 미국에서도 있었다. 81년에 23.5억 달러에 불과했던 일본의 직접투자액은 89년에 14배나 증가한 325.4억 달러에 달해 미국내 해외투자액의 절반에 이르렀다.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일본 기업들이 미국기업 인수에 나서자 일본자본 진출에 노골적 반감이 일었다.
배타적 정서를 무마하는 데는 당시 레이건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그는 "도대체 록펠러 센터의 주인이 미국인이건 일본인이건 무슨 상관인가. 주인이 누구든, 미국민을 고용하고 미국정부에 세금을 내는 데는 아무 차이가 없다"고 보호주의자들을 설득했다.
실제 대미 외국인 직접투자액은 미국GDP의 4%에 불과했다. 레이건의 말대로 미국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과 부동산을 구입해준 일본자본 덕을 톡톡히 보았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외국기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구조조정은 물론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외국인 투자는 결정적 역할을 했고 이제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버팀목으로 자리잡았다.
국부유출 논쟁은 총선이 끝나자 유야무야 됐고 대우차 매각을 둘러싼 논쟁도 포드가 인수를 포기하자마자 누구라도 매입해 주었으면 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자동차산업은 전후방효과가 큰 기간산업인 만큼 조기정상화가 더욱 중요하다.
인수대상자 선정기준은 대우자동차의 경쟁력을 회복시키는데 과연 도움이 되는 지의 여부에 맞춰져야 한다.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의 처리과정도 시사하는 바 크다. 헐값 매각의 논란이 있었으나 조기에 뉴브리지 캐피털에 매각된 제일은행은 빠른 속도로 정상화하고 있다.
반면 서울은행은 협상결렬 후 불확실 속을 헤매고 있다. 부실기업 처리는 시간을 끌수록 부실규모만 키우고 문제해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과거의 경험이 잘 말해 주고 있다.
대우차를 해외매각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면 ,삼성자동차를 르노에 매각할 때 부산 시민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준 것처럼 사회적 부담을 줄이고 신속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
/金完淳(외국인투자 옴부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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