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비평지 '아웃사이더' 2호가 나왔다. 창간호가 나온 것이 4월 초였으니 두번 째 책을 내놓는 데 반년 이상이 걸린 셈이다. 격월간을 표방한 이 잡지가 두번째 책의 편집에 이렇게 늑장을 부린 것은 독자들과의 공적 약속을 어겼다는 점에서 비판 받을 만하다. 이 잡지가 약속을 어긴 것이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아웃사이더'는 당초 창간 예정일로 발표된 99년 11월로부터 다섯 달이 지난 뒤에야 첫 선을 보였었다.
김규항 김정란 진중권 홍세화 네 편집위원이 잘 알려진 비판적 문필가들이어서 '아웃사이더'가 창간 이전부터 대중 매체와 일반 독자들의 기대와 애정을 듬뿍 받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잡지 편집자들의 직무 유기는 더 못 마땅하다.
일반 독자들도 그렇지만, 이 잡지의 탄생을 축하하며 기꺼이 정기 구독자가 된 사람들에게는 특히 커다란 결례를 한 셈이다. 2호의 발간이 이렇게 늦어지게 된 사정을 알리는 사과의 머리말이라도 있을 법하건만, 이 잡지는 퉁명스럽게도 아무런 설명 없이 여덟 꼭지의 글만 달랑 싣고 있다.
그러나 실린 글들 가운데 몇 편은 읽을 만하다. 파리의 홍세화씨는 '사회귀족 공화국'이라는 글에서 거의 신분제로 굳어져 가고 있는 한국의 계급구조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의 글들은 프랑스 사회와 한국 사회를 투명하게 비교하는 데서 개성을 발휘해 왔다.
더러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 이 비교 방법론을 그는 '사회귀족 공화국'에서도 다시 한번 실천한다.
그가 말하는 '사회귀족'은 우리 사회에서 흔히 '사회 명사'또는 '사회 지도층'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고, 구체적으로는 신문의 '동정(動靜)'란에 소개되는 사람들이다.
홍씨에 따르면 그랑드 제콜(초엘리트 학교) 출신의 프랑스 국가 귀족이 국가의 공공 기관만을 장악하고 있다면, 한국의 사회 귀족은 정-관료계나 경제계만이 아니라 교육계, 학예술계, 문단, 언론계, 법조계, 종교계 등 사회의 모든 부문을 장악하고 있다.
또 그들은 횡적 먹이사슬 관계를 통해 서로 유착해 있다. 그는 이 사회귀족의 성채를 깨기 위한 전술로서 풍자 문화의 대중화, 실명 비판의 강화 등을 제시한다.
진중권씨는 '문디와 깽깽이'라는 다소 도발적 제목의 글에서 우리 사회의 지역 감정 문제에 정면으로 접근한다. 그는 지역 감정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세 개의 차원 곧 공론(公論)의 차원, 풍문의 차원 그리고 습속의 차원에서 유통되고 있고, 그래서 지역 감정에 대한 싸움은 이 세 차원 모두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민주노동당 당원이기도 한 그는 진보 진영에도 지역 감정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라고 주문한다. 진보 정당의 활동과 지역 감정에 맞서는 투쟁이 서로 연결되어야만, 유권자들이 '감정'대신 이념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웃사이더'는 이번 호부터 시인 노혜경씨가 새 편집위원으로 참가했다.
고종석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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