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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상, 저우허양 경계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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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반상, 저우허양 경계경보

입력
2000.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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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국기사 킬러'요다 노리모토(依田紀基) 9단은 "이창호에게 이길 자신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답한 적이 있다. 당신은 어떤가?"첫 번째와 두 번째 이창호에게 이겼을 때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판에는 초반에 이창호가 큰 실수를 했다. 완전무결하다는 그에게도 기술적인 결함이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자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세계 바둑 1인자' 이창호에게 지금까지 치욕의 3연패를 안긴 중국 저우허양(周鶴洋ㆍ24) 8단의 인터뷰 기사(중국 체육주보 9월 25일자) 내용이다. 1년 전만 해도 세계 무대에선 거의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저우허양. 거장 녜웨이핑(?衛平) 9단의 내제자에다 '6소룡'출신이라는 것이 내세울 만한 이력의 전부였던 이 '무명'의 젊은이가 공한증(恐韓症)을 씻고 세계 최강 한국 바둑을 뛰어넘을 '중국의 희망'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은 이제 이 겁 없는 젊은이에 대해 비상 경계령이라도 내려야 할 판이다.

현재 진행중인 제5회 LG배 세계기왕전은 저우허양이 단순히 '이창호 저격수'만은 아님을 잘 보여준다. 그는 이 대회 본선 1회전과 2회전에서 신예강호 윤성현 7단과 '세계 최고의 공격수' 유창혁 9단을 연파한 뒤 1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8강전에선 '중국기사 킬러'로 위세를 떨쳐온 야생마 서봉수 9단마저 불계로 제압, 중국기사로선 유일하게 4강에 올랐다.

저우허양은 바둑 내용 면에서 특히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그의 기풍은 이창호와 흡사한 수비형 실리바둑. 참을성이 강하고 침착한데다 수읽기와 끝내기에 빈틈이 없다. 바둑 전문가들은 그가 같은 스타일의 바둑으로 세계 최정상(이창호)을 눌렀다는 점을 무엇보다 높이 평가하고 있다(그는 기풍상 이창호 계열로 분류되는 '돌하르방'최명훈 7단에게도 2전 2승의 기록을 지니고 있다).

게다가 이창호와의 세 판은 최근에 두어진 바둑들이다. 97년 10회 후지쓰배서 이 9단의 전매특허인 흑 '반집승'을 따낸 데 이어 올해 13회 후지쓰배서 다시 흑으로 1집반을 이겼고, 9월 삼성화재배에서는 백을 쥐고도 여유있는 승리를 이끌어냈다.

여기에 최근 LG배 세계기왕전에선 전투에 능한 유창혁과 서봉수마저 연파했으니 공수 양면에서 막강한 잠재력이 있음을 증명한 셈이다. 타개에 능하고 발이 빠른 조훈현 9단 같은 이에겐 상대적 열세(2전 2패)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침착하게 상대방의 무리수를 응징하는 뚝심과 저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평이다.

입단(86년) 14년 만에 찾아온 상승무드는 국제무대에서만 빛을 발한 것은 아니다. 그는 올 초 '6소룡'출신의 라이벌이자 중국 바둑 1인자 창하오(常昊) 9단을 종합전적 4대 0으로 꺾고 중국 랭킹 1위 타이틀 기성(棋聖)을 쟁취하며 돌풍을 예고했다.

국내외 무대를 넘나들며 맹활약을 펼치더니 급기야 8월 말엔 대국수와 승률, 국제전 전적 등을 토대로 산정하는 중국 바둑랭킹에서 창하오(2,701점)를 근소한 차이로 따돌리며 당당히 1위(2,728점)에 올랐다.

가파른 상승세로 따지자면 저우허양은 입단 이후 5년 여의 침묵 끝에 올들어 다승 및 승률 1위로 껑충 뛰어오르며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우리의 '불패소년'이세돌 3단과 유사하다.

공교롭게도 두 기사는 생애 첫 국제대회 4강 무대인 LG배 세계기왕전 준결승전에서 숙명의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한ㆍ중 양국의 기세 싸움이 과연 어떻게 결말날지 벌써부터 기대가 모아진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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