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연루자 곧 나올것"20일 김정길 법무부 장관, 최인기 행자부 장관, 신광옥 청와대 민정수석 등 사정 사령탑들이 이한동 국무총리에게 국가기강 확립 대책을 보고, 정부의 고강도 '사정 플랜'이 윤곽을 드러냈다.
회의 참석자 면면에서 볼 수 있듯 정부는 이미 각 사정기관에 '총동원령'을 내린 상태다.
감사원은 공직자 부패를 적발하기 위한 '특별 직무 감찰' 체제로 전환했고, 검찰도 일선 특수부를 중심으로 비리 내사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례적으로 국가정보원 역시 이번 사정작업을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김대중 대통령이 지적한 것처럼 '범정부적 마지막 결전'임을 강조하기 위해 내각 책임자인 이 총리가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를 갖췄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와 관련,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차관급 회의를 정례화하고, 총리실에 상황실을 설치해 사정작업의 진척도를 수시로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정은 '제2의 부패와의 전쟁'으로 비유될 만큼 강도가 세고, 대상 폭도 광범위할 전망이다. 우선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은 공직사회와 공기업. 공직자 비리 척결로 도덕적 명분을 쌓으며, 내년 2월까지 예정된 4대 부문 구조조정에 탄력을 주겠다는 취지다.
또 부실기업주와 금융기관 책임자, 문제가 있는 사회지도층 인사들도 리스트에 올라 있다. 이와 관련, 사정 관계자는 "고위공직자와 정부투자기관 임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이 우선 스크린 대상이 될 것"이라며 "검찰 등에서 꾸준히 내사 자료를 쌓아온 만큼 머지않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사정태풍이 관계(官界)를 넘어서 정치권까지 미칠지 여부. 이에 대해 사정당국에선 "걸리면 안할 수 없지만 일단은 지켜보자"며 당장은 소극적인 입장이다.
청와대에선 검찰총장 탄핵안 무산 등으로 야기된 파행 정국의 와중에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에 손을 댈 경우 '보복 사정'으로 비칠 수 있고, 자칫 정국을 파탄으로 내몰까 부담스러워 하는 기색이다. 정치권과 갈등 상태인 검찰도 '당장 여의도를 향해 칼을 겨누긴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공직자만 때려잡는 것이 사정이냐'는 비난을 의식, 관료사회를 중심으로 한 1단계 사정으로 명분과 자료를 축적한 뒤 자연스럽게 정치권으로 칼날이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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