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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비 넘긴 현대 '자력회생'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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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고비 넘긴 현대 '자력회생' 시동

입력
2000.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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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이 20일 1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함으로써 5월말 '정씨 3부자 퇴진' 이후 다섯달째 끌어오던 현대 유동성 위기 문제가 일단락됐다.그러나 당장 연내 유동성 확보도 불투명하고 자구계획을 제외한 부채규모가 4조원대를 넘는다. 더욱이 내년도 국내외 건설경기마저 매우 비관적이어서 현대건설의 자력 정상화는 아직도 '시계(視界) 제로'다.

올해 겨울은 정부와 채권단의 도움으로 넘어간다 해도 내년 봄 '보릿고개'는 더욱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대건설 자금계획

현대건설이 연말까지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할 총 유동성은 약5,500억원. 금융기관 차입금(6,900억원)은 연말까지 만기 연장이 이뤄지지만 해외차입금과 공모회사채 등을 포함한 5,500억원은 자체적으로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영업이익 700억원을 제외하면 자구를 통해 마련해야 하는 금액은 4,800억원이다.

하지만 이날 자구안 중 실제 연말까지 확보가 가능한 유동성은 2,800억원에 불과하다.

서산농장 매각대금에서 토지공사측으로부터 선급금으로 받은 2,100억원 중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에 들어간 900억원을 뺀 1,200억원과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 사재출자액(400억원), 정주영 전 명예회장 현대차 지분 매각액(900억원), 건설 보유 상선 주식 매각(290억원) 등의 자금이 연내 확보가 가능하다. 그러나 계동사옥과 인천 철구공장은 이미 담보로 들어가 있다.

자구안 중 사업용 자산 매각 1,664억원 부분이 연내 실천된다면 문제가 풀릴 수도 있다.

▲ 내년 봄 보릿고개가 더 큰 문제

자구계획을 실천하더라도 현대건설은 내년에도 4조원 가량의 부채를 짊어지고 가게 된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체제 기간중에 발행한 3년만기 회사채 등이 2001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돌아오고 이 규모가 1조9,00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연간 이자가 4,000억원 수준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해외공사 수주 잔고가 21조원으로 이미 3년치 일감을 확보해둔 상황이라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의 경우 영업이익이 8,000억원인 반면 이자 부담이 6,000억원 정도"라며 "내년의 경우 영업이익이 다소 줄어든다 해도 7,000억~6,000억원은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년도 건설경기가 비관적인데다 국내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부문은 입찰 구조상 이익을 내기 어렵다.

더욱이 '투자부적격' 으로 추락한 현대건설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으로 향상되지 않으면 만사가 헛일이 될 수 있다. 회사채의 추가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건설교통부에서 발주하는 내년도 SOC 사업에 입찰자격조차 얻을 수 없다.

▲신뢰회복이 가장 중요

신용등급을 올리려면 시장신뢰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자구계획의 후속조치로 경영진 교체 등 가시적인 절차가 반드시 나와야 하고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경영을 진두지휘하면서 회생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자구계획을 발표했더라도 신용등급이 갑자기 올라갈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며 "그러나 앞으로 현대건설이 얼마나 성실한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인력감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현대건설 인력은 7,100여명으로 상당수를 감축해야 하는 아픔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측은 "SOC 부문 등의 매각을 통해 인력 감축이 될 수 있으며 일부 인원은 추가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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