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소홀한 이유를 들어보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툭하면 바뀌는 장관이나 기관장, 또는 1년에 한차례 씩 있는 대통령에 대한 업무보고 자료준비 때문에 할 일을 제대로 못한다는 응답이 가장 많다.그 밖에 국회 국정감사 때 여야 의원들이 요구하는 각종 자료준비와 감사원 감사, 또는 자체감사 준비에 많은 시간을 빼앗기고 있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다. 거기다 인사이동이 잦은 것도 큰 원인으로 꼽힌다.
■한나라 당 신현태 (申鉉泰ㆍ수원 권선구) 의원이 지난 주 대정부질문을 통해 밝힌 5급 이상 공무원 인사이동 실태를 보면, 이래도 국사가 돌아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최근 5년간 1년 이내에 자리를 옮긴 경험자가 반이 넘는 부처가 많았다.
경찰청은 72%, 식약청은 63%, 병무청은 56%나 되고, 산업자원부 중소기업청 국세청 관세청도 50%에 육박했다. 가장 낮은 노동부 농촌진흥청도 12%였는데, 그래도 2년내 이동경험자가 30%를 넘었다.
■최근 5년간 가장 많이 자리를 옮겨 다닌 사람은 9번째 자리에 앉은 모 지역 교도소장. 그 동안 그가 옮겨 다닌 곳은 천안 청송 대전 광주 전주 대전 목포 등 전국 7개 도시이며, 두 차례 법무부 본부 근무를 포함하면 8개 도시가 된다.
다른 교정행정기관장 또는 부기관장 10여명도 같은 기간에 6~7회의 보직변경이 있었다. 교육부에도 5년간 5회 이상 보직변경자가 16명이다. 업무파악과 임지적응 곤란은 고사하고, 이사고통은 얼마나 컸을까.
■공무원들 보직이 자주 바뀌는 것은 여러 면에서 좋지 않다. 우선은 전문성을 떨어뜨려 행정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원하던 부서에 발령을 받아 마음먹었던 것을 한번 고쳐보려 해도 뜻을 펴보기 전에 자리가 바뀌어 버리니 어쩔 수가 없다.
거기다 윗사람도 아랫사람도 같은 주기로 얼굴이 바뀌어 마음을 먹는 것조차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좋은 자리 나쁜 자리 따지는 지독한 평등주의를 깨는 공무원 인사이동규제법은 없나.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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