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자연대생대상 우선 수학평가 실시올해 수능시험의 '변별력 상실' 논란이 심화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가 2001학년도부터 신입생을 대상으로 자체 마련한 '기초학력 평가'를 실시, 정규과목 수강에 제한을 두기로 해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대는 20일 "2001학년도 자연대와 공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우선 수학과목에 대한 '기초학력'을 평가할 방침"이라며 "과목을 추가하는 것은 물론 다른 단과대에도 특성에 맞는 과목을 중심으로 확대실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대의 이런 방침은 그동안 수능이 쉽게 출제돼 신입생들의 기본적인 교과적응능력이 떨어진다는 일선 교수들의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재학생에 대해 자체 개발한 영어능력시험인 '텝스(TEPS)'성적이 500점을 넘지 못하면 영어수업을 들을 수 없게 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서울대 고위 관계자는 "'수능 거품'을 자체적으로 걷어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수학과목 이외에 과학과목에 대한 논의도 있었지만 신입생들의 부담과 시행초기의 행정 절차 등을 고려, 시행시기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인문ㆍ사회계열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율적으로 시행중인 제2외국어 평가 등을 포함하는 방안도 논의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는 이에 따라 내년 3월 초순께 입학식을 치른 직후 자연대와 공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학과목에 한해 기초학력평가를 실시, 불합격생에게는 정규과목을 수강하지 못하게 하는 대신, 별도의 하급 교과과정을 이수토록 할 계획이다.
기초학력평가 불합격생들은 여름방학 동안 합격생들이 1학기에 수강한 정규과목을 수강해야만 2학기부터 정규과목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된다.
서울대는 또 기초학력평가 성적 우수자에 한해 별도의 상급 교과과정을 개발, 정규과정을 가능한 한 빨리 이수토록 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중이다.
물리학부의 한 교수는 "고교에서 물리를 공부하지 않고 물리학부에 진학한 학생이 물리공부를 하고 입학한 학생들을 따라갈 수는 없을 것"이라며 "이른 시일 내에 과학과목에도 기초학력평가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공개적으로 난이도에 따른 '수능시험 이원화'를 주장했던 서울대측이 일부 신입생의 학력수준에 대한 불신에 근거, 자체 학력평가를 실시키로 함으로써 교차지원을 허용중인 다른 대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유영제(劉永濟) 교무부처장은 "학생선발에 대한 대학의 자율권이 보장되지 않은 채 수능이 지금처럼 쉽게 출제된다면 별도의 학력평가는 불가피하다"면서 "미분과 적분을 제대로 못하는 학생이 대학의 수학 강의를 따라갈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교육부 대학학사제도과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서울대가 수능 상위수준에 드는 학생을 선발해 놓고 별도의 자체시험을 또 치러 층위를 구분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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