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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3편 독서계 달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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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소설 3편 독서계 달군다

입력
2000.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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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스케일로 인간통찰 현대인 필독서잔뜩 움츠러든 독서계에 대하소설 3편이 뜨거운 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한국일보에 연재됐던 최인호씨의 '상도(商道)'는 5권으로 출간(여백 발행)되자마자 독자들의 폭발적 반응 속에 침체된 문학출판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70년대초 '대망(大望)'이란 이름으로 번역된 후 지금까지 수많은 국내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일본 작가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莊八ㆍ1907~1978)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는 정식 저작권 계약 하에 32권으로 완역(솔 발행)됐다.

20세기 프랑스 최고의 대하소설로 꼽히는 로제 마르탱 뒤 가르(1881~1958)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티보 가의 사람들'도 국내 최초로 5권으로 완역(민음사 발행)됐다. 세 작품은 저마다 시대에 대한 치열한 문제의식을 본류로 삼아 복잡다단한 인간사의 지류를 끌어안으면서 큰 강과 같은 유장미를 보여준다.

■상도

"장사는 곧 사람" 경제인의 철학 내세워

'상도'는 출간 직후 교보문고, 영풍문고, 종로서적 등 대형 서점은 물론 알라딘, YES24 등 인터넷서점의 베스트셀러에 단숨에 진입했다. 작가의 저력이다.

"신문에 연재되는 동안 참으로 감동을 받으며 읽었다"는 한 독자는 다음과 같은 독후감을 인터넷에 올려놓았다. "최인호씨의 최근 작품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초기의 단편들과 달리 처절한 구도자의 호흡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財上平如水 人中直似衡(재상평여수 인중직사형),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는 소설의 교훈에서 나름대로 장사를 하면서 살아온 인생을 돌이켜보고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독자의 말처럼 '상도'는 수렁에 빠진 경제적 현실을 작가가 예언이라도 한 것처럼, 우리 경제와 경제인이 가져야 할 철학에 관해 쓴 소설이다. 19세기 조선 최고의 거상 임상옥의 생애를 통해 최씨는 장사는 단순히 이를 남기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의를 위한 것이며, 그 바탕에는 '장사는 곧 사람(商卽人)'이라는 인본 철학이 깔려있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죽을 사(死)'자와 '솥 정(鼎)'자라는 두 글자, 팔 할을 담아야 온전하고 넘치게 담으면 속에 든 술이 없어져버리는 '계영배(戒盈盃)'의 비밀과 얽힌 임상옥의 삶이 마치 수수께끼를 풀어나가듯 속도감 있는 문장으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작가는 또 김정희와 홍경래라는 19세기 두 풍운아의 삶을 임상옥의 생애와 연결시키는 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했다. 재미와 의미를 함께 갖춘 소설이다.

■티보가의 사람들

"20세기 최초의 사회참여 소설"

"인간의 투쟁과, 현대 생활의 여러 단면들을 날카롭게 묘사한 힘찬 사실주의를 높이 평가한다." 1937년 '티보 가의 사람들'에 노벨문학상을 준 스웨덴 한림원의 평가다.

1922~1940년 8부의 연작소설로 나뉘어 발표된 이 작품은 20세기 초의 역사를 웅장한 벽화로 그려냈다. 작가 로제 마르탱 뒤 가르는 당시 소설계를 풍미하던 도스토예프스키적인 어둡고 심미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톨스토이적인 힘있는 서사로 인간의 선과 윤리를 추구할 것을 호소했다. 카뮈는 이 때문에 '티보 가의 사람들'을 "20세기 최초의 사회참여 소설"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작품의 배경은 1차 대전을 전후한 프랑스다. 대립되는 면을 상징하는 두 명의 인물이 소설을 이끌어간다. 티보 가의 형제 자크와 앙투안느가 그들이다. 자크는 저항적이면서 우유부단한 이상주의자이고, 형 앙투안느는 침착하고 보수적인 인물이다. 작가는 삶에 충실한 두 인물의 일상을 끈질길 정도로 면밀하게 묘사하면서 그들의 미묘한 심리의 움직임을 통해 '인간을 해설'하려 한다. '티보 가의 사람들'에 나타난 젊은이들의 고뇌, 사회의 고통은 우리의 것과 다르지 않다.

소설의 핵심은 제7부. 이 부분은 1차 대전의 발발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자본주의와 인터내셔널의 대립 등으로 얽힌 격동기의 역사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자크는 혁명적 사회주의자가 돼 반전운동을 하다 독일 첩자로 오인돼 사살되고, 이성주의자 앙투안느는 독가스에 노출돼 자신의 생명마저 구하지 못한다.

대학원 때 이 작품에 매료됐다는 정지영(63) 서울대교수는 10년간 번역에 매달렸다. 작품 번역에서 부딪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프라임 불한사전'을 저술하기도 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

좌절.영광 통한 인간 이면 파헤쳐

1950~1967년 17년간 일본의 주요 신문들에 연재된 기록을 가진 소설이다. 단행본으로 출간돼 일본에서만 1억 수천만부(출판사인 고단샤ㆍ講談社도 정확한 판매부수를 알지 못한다)가 팔렸다. 1970년 '대망'이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돼 공전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독자를 사로잡았다.

이 소설은 일본의 전국시대를 평정하고 에도(江戶)막부 260여년의 통일시대를 연 인물이다.

작가는 이 인물의 생애를 축으로 군웅할거 시대 무장들의 야망과 음모, 전략과 전쟁, 난세를 사는 여인들의 삶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역사적 사실에 바탕하면서도 신문연재소설의 특성상 독자들을 붙들기 위한 치밀한 기교가 발휘돼 숨쉴 틈 없이 이야기를 몰아간다.

이 소설의 엄청난 대중적 성공은 2차대전에서 패배한 일본의 전후와 관련이 있다. 작가는 처음으로 점령군을 맞은 일본인을 보며 소설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인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 그러니 서두르지 말지어다"라는 말과 함께 엄청난 굴곡을 딛고 마침내 통일을 이룩한 인물을 통해 인간혁명의 한계를 그리려 했다는 것이다.

인간 군상의 좌절과 영광을 통해 인간의 이면을 파헤친 이 소설은 일본경제 부흥기에 비즈니스맨과 샐러리맨의 지침서처럼 읽혔다. 한국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으며, 이 때문에 일본 극우 국가주의자들의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도구라 비판되기도 했다.

솔출판사는 "그릇된 번역과 이 같은 오해 때문에 작품의 진면목이 가려졌다"며 "이번 번역본은 3년여 작업 끝에 완성한 정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길진(66)씨가 번역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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