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유회' 광고 눈길사실 '말장난'은 광고 전략의 기본이다.
소비자들은 이런저런 설명보다 기발한 카피 한 줄로 제품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코, 코, 코, 코리투살'이나 '고려진씨 고려증권 가시나요" 같은 사라진 광고를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도 혀 끝에 익어버린 말장난의 공이 크다.
영상과 감수성에 경도된 젊은이들을 타깃으로 한 요즘 광고는 '말장난의 전략'을 유지하되 모양새가 조금 다르다. 언어유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무릎을 치도록 하는 게 최근 광고의 추세다.
한국통신프리텔의 '깎는 맛' 광고를 보자. 아침 출근길 지하철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손톱을 깎는 탤런트 김규리가 보인다. 낯선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손톱을 하나하나 깎는 모습이 의아하지만, "난 깎는 맛에 산다" 는 김규리의 한마디도 궁금하다.
지나가는 지하철 위로 '엘칸토 25%, 영화관 20%, 신라명과 25%' 등 한통프리텔 가맹점의 할인율이 번쩍이면 그제서야 탄성을 지르게 된다. 손톱깎는 게 즐거운 일인줄 알았던 '깎는 맛'은 가격 깎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장난이었던 것. 심의과정 중 공공장소에서 손톱을 깎는 장면을 문제삼자, 마지막 장면에선 '공공장소에선 깎지 맙시다'라는 '의미심장한' 자막을 넣어야 했다.
한국통신엠닷컴의 '018 콜 디스카운트'편은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최신 유행어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쏜다'는 표현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턱낸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다.
한통엠닷컴 광고는 통화료를 40%까지 할인해 주니 휴대폰을 많이 이용하라는 메시지를 '마구 쏘십시오'라는 카피로 표현했다. 신세대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독특한 카피와 함께 한 영상은 '쏜다'의 사전적 의미인 '총을 쏘는' 장면.
018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광고로 스타덤에 오른 모델 김효진이 홀로 기관총을 쏘는 게 내용의 전부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가수 조성모의 뮤직비디오 '아시나요' 등 군대를 배경으로 한 영상물의 인기몰이에 기댔다는 것도 짚어볼 만하다.
주택은행의 광고는 샛노란 은행잎 모양의 옷을 입은 젊은 여성이 활짝 웃는 모습을 내세웠다.
그동안 넥타이를 맨 직장인이나 가정주부 같은 '현실적인' 모델을 활용해온 금융기관 광고로선 파격적이다. 상품설명에 의존하느라 재미없다는 평을 듣는 금융권 광고의 전형을 따르지 않고 감각적인 카피를 채택한 것도 특징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은행잎'모양 옷과 '주택은행'을 절묘하게 연결시킨 언어유희 '은행이 활짝 피었습니다'를 카피로 사용했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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