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정보화 혁명이라는 두 급류가 동시에 쏟아지고 있는 이 시대에, 근로자들의 스트레스는 어느 정도일까.얼마 전 국제노동기구(ILO)와 세계보건기구(WTO)가 공동 조사ㆍ발표한 한 보고서가 이를 가늠하는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 영국 핀란드 등 5개국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의 결론은 한마디로 '지구촌 근로자들이 우울증, 정서불안, 불면증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영국 근로자 10명 중 3명이 정신건강상의 문제점을 안고 있으며, 독일은 조기 퇴직자의 7% 가량이 우울증 환자다. 경제가 안 좋은 나라일수록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장기 불황인 핀란드의 경우 근로자의 50%이상이 각종 정신질환을 호소하고 있다 한다. 무한경쟁에 막대한 신기술 투자비용을 뽑아내려는 고용주들의 생산성 증대 요구, 급변하는 업무에 대한 적응장애, 실직 위협 등이 그 병원(病原)이다.
■한국의 근로자들이라고 해서 다를 바 있을까. 아마도 더 심하면 심했지 좋을 리 만무하지 싶다. 우리 경제의 어지러운 굴곡이 그렇게 만들고 있다.
IMF 환란의 대지진-벤처와 주식에 의한 반짝 호황-또다시 밀려오는 불황의 그림자와 대량 해고의 파도. 불과 3년 사이에 이토록 종잡을 수 없이 널뛰는 변전(變轉)에 일반 국민들마저 혼이 나갈 정도다. 그러니 경제일선의 샐러리맨들은 오죽하겠는가.
■다시 불어 닥치는 폭풍의 정 과녁에 놓인 계층이 이른바 475세대다. 1950년대 출생해서 70년대 대학을 다닌, 현재 40대 가장인 이들은 지난 환란 때 구조조정의 중심 타깃이었다.
그리고 이어진 벤처 호황의 소나기도 이들을 비켜갔다. 개발연대 확장경제의 수혜도, 그렇다고 벤처 창업의 미래도 없는 이들에게 또 한번 가혹한 시련이 엄습하고 있다.
어느 세대라고 할 말이 없겠는가 만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대의 중간에 끼여 꽉 막힌 '아나털'들의 처진 어깨가 한결 무거워 보인다.
송태권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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