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정년 문제를 놓고 또다시 논란이 일고있다. 최근 한나라당이 지난해 62세로 단축했던 초ㆍ중ㆍ고 교원의 정년을 65세로 환원하는 내용의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을 마련, 조만간 국회에 발의키로 하자 학부모와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일부는 교원 정년의 연장은 사회전반의 구조조정에 역행하는 처사로 교원의 고령화를 불러와 교직 사회가 무사안일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하고 있으나 다른 한편에선 교사 수급 불균형 해소와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찬성
조흥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
교원정년 단축은 심각한 교원 부족사태를 유발했다. 초등학교의 경우만 보더라도 정년단축과 명예퇴직으로 전체 교원의 약 20%인 2만7,000여명이 학교를 떠났다.
그 때문에 1만여명의 중등교사 자격자를 초등학교에 임용하고, 사정하다시피해 퇴직 교원을 기간제 교사(일정기간동안만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로 불러들이는 편법까지 동원했다. 하지만 여전히 빈자리는 채워지지 않고 있다.
교사들의 연가, 병가, 휴가를 대신할 임시 교사를 구하지 못해 수업공백이 발생하고 서울 등 대도시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교사 임용시험 응시자 미달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교원의 자질과 전문성, 교육의 질은 이제 사치스런 말이 되고 말았다. 1명 내보내면 신규 교사 2.5명을 쓸 수 있다던 정부의 정년단축 주장은 처음부터 허구였고 국민을 기만한 것이었다.
교사집단의 이질화로 교단갈등이 커져 교사들끼리 학습 내용과 학생지도 방법 등을 의논ㆍ협의하는 동료장학도 불가능해지고, 40∼50대의 대거 퇴직으로 교육경험과 노하우가 사라지고 있다.
교원정년 단축은 교원의 자존심과 사기를 꺾는 상징적 조치였으며 교권과 교원경시풍조를 야기해 교실을 붕괴위기로 내모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제 교직은 40대만 되면 떠날 시기를 걱정하는 매력없고 보람없는 직업으로 변해가고 있다.
교원정년 단축은 또 수조원의 연금ㆍ기금의 부실을 초래했고 명퇴교사에 대한 연금과 보수의 이중 지급 등으로 국가 재정적으로도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 정책이었다. 그래 놓고서 지금 그 책임을 다시 교원과 공무원에게 전가하는 연금법 개정을 추진해 '제2의 교단파동'이 예고되고 있다.
교원정년 단축은 백년대계가 아니라 1년 계획도 못되는 무모하고 무책임한 정책이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엄청난 교육 피해를 강요한 실패한 정책이었다. 이제 교원의 정년단축으로 우리 교육이 잘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국민은 없다.
실패한 정책은 빨리 바로잡는 길만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가중되는 교육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다. 교원정년을 환원하면 심각한 교원부족사태를 해소할 수 있다. 실추된 교권을 회복시켜 교원들이 다시 교단에 꼿꼿이 서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떨어진 교원의 자존심과 사기를 높여 교실붕괴의 위기를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하게 되리라고 확신한다.
이미 퇴직한 교원과의 형평문제는 지엽적 문제에 불과하다. 정년단축으로 퇴직한 교원들의 울분은 '무능하다고 낙인찍혀 쫓겨났다'는 것이므로 정년 환원은 이들의 상처 난 자존심을 회복시켜줌으로써 오히려 정신적 보상이 될 것이다.
정부 여당은 실패한 정책을 억지로 끌고 가려해서는 안된다. 솔직하게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시정할 때, 교원들은 오히려 정부를 믿고 따르게 될 것이다.
반대
박경양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
최근 한나라당은 교원 정년을 종전대로 환원하기 위해 관련 법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원의 정년환원 추진은 이미 국민적 합의로 일단락된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 불필요한 논쟁을 불러일이킬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 이유는 첫째, 교원정년 환원은 교단이나 교원수급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들은 교우수급 불균형 해소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과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지 의문이다. 교원정년 환원이 이미 퇴직한 교사의 복직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면 이는 결코 용납 할 수 없다.
경제적 이익을 위해 교단을 떠난 이들을 다시 교단으로 불러들이는 것은 그동안 교단을 지킨 나머지 교원들의 사기를 고려할 때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원정년 환원이 교단을 떠난 이들을 다시 불러들이는데 목적이 있지 않다면 이는 교원수급 대책과는 전혀 상관이 없을 것이다.
둘째, 교육 개혁을 더욱 후퇴시킬 위험이 있다. 당초 교원의 정년단축은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과 교육적인 측면이 동시에 고려된 것이었다.
교원의 정년단축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의 와중에서 정부를 포함한 사회 모든 부문이 구조조정의 진통을 겪고 있는 처지에 교직사회만 예외일수 없다는 여론과 교육개혁의 한 실마리를 교원의 세대교체를 통해 찾아보려는 구상에 따라 추진된 것이었다.
따라서 교원의 정년 환원은 정부가 추진하던 교육개혁을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향후 교육개혁을 더욱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추진돼서는 안된다.
셋째, 교원의 정년환원은 국민의 의사에 반한다. 당시 교원의 정년 단축은 국민적 합의였다. 당시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교원의 정년을 '60세로 단축하자'는 의견이 59.5%, '60~62세로 단축하되 원하는 사람은 계약제로 채용하자'가 26.4%로 86%가 정년 단축에 찬성했고 '65세를 유지하자'는 의견은 8.6%에 불과했다.
젊은 교사들 역시 교원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잇을 것으로 보고 찬성한 사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구나 앞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국민이 퇴출과 명퇴 그리고 실업의 아픔을 감수해야 할지 알수 없는 마당에 교원의 정년을 환원하는 것은 교사들을 국민으로부터 더욱 고립시킬 위험이 있다.
따져보면 현재의 교원 수급불균형의 원인을 교원정년단축에서 찾는 것은 옳지 않다. 교원수급 불균형은 교원의 정년단축보다 정년단축 과정에서 경제적 득실을 따진 교사들이 대거 명예퇴직을 한데 그 원인이 있기때문이다.
따라서 지금 교원의 정년을 환원해야 할 명분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유능한 인재를 교직으로 유도하는 길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지금 우리의 할 일인 것이다.
■텔레서베이 / 교원정년 65세로 환원시켜야 하나
국민의 대다수는 교원의 정년 환원에 대해 부정적이며, 오히려 지금보다 정년을 더 앞당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일보와 한국통신엠닷컴이 14~15일 018을 이용하는 전국의 성인남녀 4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0.8%가 정년 환원에 반대했고 29.2%만 찬성했다.
연령대별로는 50대 이상(100%), 직업별로는 학생(77.8%)층에서 반대의견이 많았다.
여성(71.4%)과 남성(70.6%)의 반대 비율은 비슷했다.
반대의 이유로는 '교원의 고령화로 교직사회의 순환을 저해하고 무사안일을 부추기기 때문'이 58.8%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지금의 62세 정년도 다른 직종에 비해 긴 것이므로'29.4%, '당장에는 교원이 부족해도 장기적으로 보면 부족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 11.8%의 순이었다.
찬성 이유로는 '나이든 교원을 퇴물 취급하는 그릇된 풍조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 64.3%, '교원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에'가 35.7%였다.
교원 정년은 몇세가 적당한가를 묻는 질문에는 55세 이하가 18.8%, 56세 이상 62세 미만이 43.7%로 지금보다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이 62.5%에 달했다.
특히 50대 이상 응답자는 전원이 앞당겨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반해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은 18.7%에 그쳤다. 현행대로 62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대답은 18.8%였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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