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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 비즈킷&에미넴 합동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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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프 비즈킷&에미넴 합동공연

입력
2000.11.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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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욕설…쾌감의 폭발힙합과 하드코어의 정상인 래퍼 에미넴(Eminem)과 록그룹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의 조인트 순회공연은 '금세기 다시 보기 힘든 공연'으로 평가된다.

인기 장르의 정상급 뮤지션들이 한자리에서 만날 일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쓰레기 같은 백인'의 쉴새없이 쏟아내는 분노와 욕설, 울분이라는 공통적인 정서가 있지 않고는 힘든 일이다.

유럽의 전원도시처럼 단아하고 평화로운 미국 포틀랜드에 있는 로즈가든 공연장은 4층 2만개의 객석, 70m의 천장에 앞뒤 30m가 넘는 무대로 이 역사적인 공연을 뒷받침했다. 14일 오후 7시 로즈가든에는 10도를 밑도는 차가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반팔과 소매없는 셔츠, 탱크탑을 입은 1만 5,000여명의 젊은이들로 가득 차 있었다.

코와 입, 눈썹에까지 피어싱을 하고, 새까맣게 문신을 새긴 무리들이 심심찮게 섞여 있는 이들은 온통 백인 일색이었다. 이들은 밀폐된 공연장에서도 거침없이 담배를 피워 대는 등 '슬램 파티'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서막은 록그룹 '파파로치'가 열었다. 올해 데뷔했지만 8월 빌보드 모던록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한 이들은 그 폭발력을 인정한 림프 비즈킷에 의해 특별히 오프닝 그룹으로 발탁되었다.

리더 코비 딕은 서너 번이나 관중석으로 몸을 던지는, 신인다운 열정적인 무대매너를 과시했다.

이어 등장한 에미넴의 무대는 세팅부터 '삐딱한'느낌을 풍겼다. 지붕이 폭파된 실물 크기의 집에서 그는 3집 히트곡 'The Way I am' 'Criminal'등을 부르며 쉴새 없이 자유자재로 욕설을 쏟아냈다. 성기 모양의 풍선과 고기, 생선 등을 쉴새없이 '갈고' '토막 내는' 뮤직비디오까지 동원되었다.

어머니 분장을 하고 나온 한 래퍼는 술에 잔뜩 취해 다리를 벌리고 눕는 흉내를 내기도 했다. 공연장의 젊은이들은 일제히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들며 'Mother Fuck up' 'Asshole' 등의 상소리들을 외쳐 댔다.

하지만 이 공연은 서막에 불과했다. 거대한 로봇이 쏟아지는 연막과 함께 분리되는 무대로 시작된 림프 비즈킷의 공연은 앞의 열기를 압도할 만큼 폭발적이었다.

신들린 듯 질주하는 기타리스트 웨스 볼랜드의 연주와 더불어 보컬 프레디 더스트의 카리스마는 거창한 헤드뱅잉이 아닌 손짓 하나로도 관객을 좌지우지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My Generation' 'Lookie'등 전곡을 따라 불렀고, 스탠딩석에서는 사람을 번쩍 들어올려 헹가래치듯 머리 위로 굴리기도 했다.

이런 열광은 정교한 무대장치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매 곡마다 전반부가 끝나며 관객의 긴장이 높아갈 무렵, 프레디의 샤우트창법과 동시에 공연장이 무너질 듯한 화포와 얼굴까지 화끈해질 정도의 화염이 터졌다. 공연의 상당 부분은 서태지의 컴백무대를 연상케 했지만, 그 강도와 규모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다.

욕설과 흥분이 뒤섞인 이 공연은 네 시간 넘게 지속되었다. 관객들의 반응은 미국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배설적 쾌감의 표현이자 이제 거의 모든 장르를 평정한 백인들의 축가이기도 했다.

포틀랜드=양은경기자 key@hk.co.kr

■'림프비즈킷' 프레디 인터뷰

이번 공연을 주도한 림프 비즈킷의 프레디 더스트(사진)는 '앵거(anger) 엔터테인먼트'에 세부적인 일을 맡겼다. 이유는 단지 이름 때문이다. 그는 "분노(anger) 야말로 우리를 가장 잘 표현하는 상징"이라고 말한다. 음악하는 친구들에게 문신이나 새겨주며 보냈던 자신의 비루한 나날들을 떠올리는 듯했다.

10월 발매된 3집의 기묘한 제목 'Chocolae Starfish and Hot Dog Flavered Water'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그는 "아무 의미도 아니다. '림프 비즈킷' 이라는 팀명도 마찬가지다. 도대체 '비틀즈'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름이 그룹을 만드는 게 아니다" 라고 이야기했다.

프레디는 소속사인 인터스코프 레이블의 부사장이기도 하다. 이번 투어 이전에 mp3 무료 공유 시스템인 냅스터의 지원을 받아 성공적으로 콘서트를 마쳤다. 메탈리카나 닥터 드레 등, 많은 뮤지션들이 저작권 문제로 냅스터에 적대적인 상황에서 뮤지션인 동시에 경영자인 그의 이런 태도는 이례적이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단순하면서도 합리적이다. "냅스터는 기술일 뿐이다. 기술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무의미하고 불가능하다. 게다가 그들은 우리에게 재정적 지원도 해 줬는데 우호적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도 서태지에 의한 한국에서의 핌프록 열기를 어느 정도 짐작하는 듯했다. 한국 공연계획에 대해 "우리가 요즘 전성기인 만큼, 갈 수 있으면 어디라도 갈 것" 이라며 긍정적인 의사를 비쳤다.

■에미넴 인터뷰

과거 힙합을 했던 백인들은 결국 조롱의 대상이 되어 물러나거나 비스티 보이스처럼 변형된 힙합을 해왔다. 하지만 에미넴의 과장된 하이톤의 랩과 신랄한 가사는 인종을 불문하고 그 실력을 인정받는다. 에미넴은 성공요인을 이렇게 분석한다.

"나는 언더그라운드에서 흑인들과 고생을 같이 했다. 다른 백인 랩퍼들처럼 어설프게 흑인 흉내를 내지 않았다. "

이번 음반을 평가하는 데도 당당했다. 힙합 뮤지션의 대부격인 닥터 드레(Dr. Dre)의 영향력을 굳이 부인하지는 않으면서도 독립성을 강조했다. "닥터 드레가 대여섯곡을 프로듀싱했다. 멜로디와 비트에 관한 한 그가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나도 그만큼 그를 도와 줬다."

이번에 공연을 주선한 림프 비즈킷에 대해서는 "그런 음악을 즐겨 듣지는 않지만 존경한다"고 답했다. 공연을 앞둔 캐나다에서 얼마전부터 반대 움직임이 이는 등, 그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갈린다.

기성세대들의 자신에 대한 혐오감에 대해 그는 "개의치 않는다. 캐나다의 경우 표는 이미 매진됐다" 고 말했다. 거친 가사에 대한 우려에도 못을 박는다. "그들은 내 가사가 폭력, 강간, 살인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말 그런 사례가 있는가. 있다면 조심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

한국 공연 계획을 묻는 질문에 그는 "모든 게 맞아야 가능하지 않겠는가" 라는 회의적인 의견을 비쳤다. 캐나다에서보다 한층 더 반대가 심할 한국의 분위기를 짐작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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