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태가 수습 국면으로 빠르게 돌입하고 있다.정몽구(MK) 현대자동차 회장이 16일 정몽헌(MK) 현대아산이사회 회장과 전격 회동 한데 이어 정몽준(MJ) 현대중공업 고문도 "할 수 있는 데까지 돕겠다"고 나섰다. 따라서 MH는 형과 동생의 도움으로 현대건설을 독자 회생시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요 합의 내용 MH는 이날 정주영 전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차지분 2.69%(940억원 상당)와 현대오토넷(800억원 상당), 현대건설의 인천 철구 공장(420억원 상당) 등을 매입하기로 했다. 대략 2,100억원을 넘는 액수다. 정 회장 가족들도 서산농장 150만평(300억원 상당)을 공동으로 매입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현대오토넷 등을 직접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구 현대정공)가 정 전 명예회장의 지분을, 인천제철이 철구공장 등을 떠맡도록 해 주가하락 등 악영향을 최소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계동사옥을 매입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계동사옥은 일부 매각된 것을 제외하면 가격이 1,700억원에 이른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전부 매입할지, 분할 매입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며 "계동사옥 매입이 아니더라도 현대건설을 돕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입장 급선회 15일까지도 "현대건설을 지원할 수 없다"며 강력하게 버티던 MK는 16일 MH와의 양재동 회동 이후 태도가 급변했다.
15일 김재수 그룹 구조조정위원장이 흘렸던 사안 중 종합상사 매각을 빼고는 모두 수용했다. 이는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직접 MK를 만나는 등 정부의 요청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MJ의 경우 이미 현대건설의 현대중공업 주식과 현대정유주식 등 1,500억원어치를 매입하는 등 분위기만 만들어지면 MH를 도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정부와 채권단도 MK의 이번 움직임에 대해 만족스러워 하는 입장이다.
향후 전망 현대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던 MK가 현대건설 지원쪽으로 급선회한데다 서산농장 매각대금 2,100억원이 현대건설로 입급되면서 현대의 유동성 위기는 일단 '봉합'상태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을 지원한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등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싸늘해지고 있다.
또 정부가 정씨 형제의 화해를 '무리하게 ' 밀어붙였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는데다 억지로 봉합한 '실' 이 풀릴 경우 현대 사태가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수 있는 위험성도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재우기자
josus62@hk.co.kr
■정몽구·몽헌회장 '화해' 대화록
MH "그동안 여러모로 죄송" MK "과거지사는 다 잊었다"
몽헌 회장 :"그동안 여러가지로 죄송하게 됐습니다."
몽구 회장: "과거지사이고 일하다 보면 그런 일 있는 것 아니냐. 다 잊었다. 앞으로가 중요하니까 잘 됐으면 좋겠다. 나도 고민 많이 했다. 현대건설이 명예회장 분신인데 잘 돼야 하고.."
김윤규 사장: "명예회장의 차 지분과 오토넷, 철구공장을 인수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몽구 회장: "차지분은 현대모비스(현대정공)에서 이사회 등 적법 절차에 따라 인수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오토넷은 기아차와, 철구공장은 인천제철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협의해 보겠다. 투명경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기서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
몽헌 회장:"충분히 이해합니다."
김 사장:"서산농장이 명예회장의 역작인데 가족끼리 기념관건립부지라도 남기는게 좋겠습니다."
몽헌 회장:"가족들이 개인돈을 모아 100만평 정도를 사면 됩니다."
몽구 회장:"꼭 해야 한다. 100만평은 부족하고 200만~300만평 정도 매입하자. 나중에 가족회의를 열어 협의하자. 사옥은 현대중공업이 사주는 것이 좋겠다. 내가 중공업에 전화하겠다."
■'왕자의 난'서 극적화해까지 9개월
역시 피는 물보다 진했다. 침몰위기에 처한 거함 현대호를 구하기 위해 현대자동차 정몽구(MK) 회장과 정몽헌(MH)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이 16일 올 3월 1차 '왕자의 난' 이후 9개월만에 극적으로 손을 잡았다.
MH는 오전 10시20분 김윤규 현대건설 사장과 함께 전격적으로 현대차 양재동 신사옥 20층 회장실을 찾았다. MK가 현대건설 지원 문제를 놓고 현대차 임원들과 3시간에 걸친 회의를 마친 순간이었다.
MK는 엘리베이터문 앞까지 나가 MH를 따뜻하게 맞았으며 MH는 겸연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두 사람은 회장실에서 차를 마시면서 이계안 현대차 사장, 김수중 기아차 사장, 정순원 부사장과 김윤규 사장 등이 배석한 가운데 40여분 동안 얘기를 나눴다.
MH는 이달 2일 일본에서 귀국한 이후 자구안에 대한 현대차의 지원을 얻기 위해 줄곧 형인 MK와의 만남을 시도해왔다. 수차례의 전화접촉이 무위로 끝나자 9일에는 직접 현대차 양재동 신사옥을 찾아갔지만 MK가 외출중이어서 발길을 돌려야 했다.
11일 오전 양재동 신사옥으로 다시 찾아간 MH는 형인 MK를 잠시 만났지만 양측의 입장차이만 확인했을 뿐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건설을 살리는 전제조건으로 계열사들의 지원과 형제간 화해를 들고 나오면서 MK는 고민하기 시작했고 15일 저녁 이근영 금감위원장과 회동을 가지면서 결국 '법적 태두리 안에서 관계사 지원, 추가지원 불가'를 전제로 현대건설을 돕기로 마음을 바꿨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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