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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정상등극 "10년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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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정상등극 "10년만이야"

입력
2000.11.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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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LG가 10년만에 프로축구 정상을 탈환했다. 안양은 15일 홈인 안양공설운동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정규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120분의 접전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부천 SK에 4-2로 승리했다.이로써 안양은 2연승을 마크하고 85년과 90년 정규리그 이후 10년만에 3번째 우승을 이루었다. 그러나 우승까지 가는 길은 험했다. 120분의 연장까지 승부도 부족해 승부차기를 해야 했다.

GK 정길용은 뼈아픈 실책으로 선제골을 내준 뒤 승부차기서 2개를 막아내 조광래 감독과 2만여 홈관중을 울리고 웃겼다. 반면 끝까지 선전한 부천은 베테랑 곽경근과 강철의 승부차기 실축이 뼈아팠다.

이날 경기는 골은 적었지만 챔피언 결정전 다운 명승부였다. 잠시도 앞을 예측하지 못하는 공방이 계속됐다.

전반전에서 먼저 기선을 잡은 쪽은 부천. 승부를 3차전으로 몰고 가려는 듯 부천은 1차전과 달리 미드필드를 장악했고 최전방의 이성재와 곽경근이 여러 차례 찬스를 연출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이성재는 전반 26분께과 29분께, 43분께 잇달아 결정적 기회를 잡았지만 모두 무위였다.

승부는 후반전에 결정되는 듯 했다. 후반 14분 조성환이 왼쪽에서 골문쪽으로 길게 날린 센터링한자 안양 GK 정길용과 함께 뛰어 오른 부천 스트라이커 곽경근이 백 헤딩으로 첫 골을 뽑아냈다. 정길용이 판단 스로 골문을 비우고 나왔다가 범한 실책이었다.

그러나 반격에 나선 안양은 31분 페널티 지역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안드레가 오른발 인사이드로 절묘하게 감아차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이후 안양은 승부를 끝내려는 듯 줄기차게 밀어붙였지만 부천의 거센 반격에 밀려 승부는 연장으로 미뤄 졌다.

안양은 연장서 결정적인 찬스를 여러 차례 잡았으나 전반 10분께 안드레의 프리킥이 왼쪽 골대를 살짝 비켜갔고, 후반 2분께 정광민의 왼발슛이 오른쪽 골대를 살짝 비켜가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김정호기자

azure@hk.co.kr

이준택기자

nagne@hk.co.kr

■안양 LG의 우승엔 올해로 2년째를 맞은 조광래 감독이 큰 몫을 했다. 시즌 전만해도 안양의 전력은 중위권으로 평가됐다. 정규리그 개막에 앞서 열린 대한화재컵 조별리그서도 최하위에 그쳤다.

그러나 정규리그들어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우승을 일궈내자 '조광래식 축구'가 자리잡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조광래식 축구'의 본질을 규정하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감이 있다. 하지만 안양이 종전과 달라진 점이 몇 가지 있다. 먼저 4-4-2시스템을 버리고 3-5-2로 바꾸었다.

그것도 일반적인 3-5-2와는 아주 틀리다. 공격과 수비의 전환이 무척 빠르다. 공격땐 3-4- 3으로 공격수가 대폭 늘었다가 수비땐 수비수가 많은 4-5-1 형태로 바뀐다.

수비의 폭도 매우 좁아 상대가 침투하기 어렵다. 미드필드진이 좋은 부천이 안양에 약한 까닭은 공격수가 안양의 수비수에 비해 항상 열세를 보였기때문이다.

올 시즌 10개팀중 득점 2위(46골), 실점 1위(25골)에 오른 것이나 올해 한 시즌 최다연승(10경기)과 시즌 최다연속경기 득점(24경기) 신기록을 세운 것은 안양의 강한 면모를 입증하는 객관적인 자료들이다.

그러나 아직도 위기상황 돌파가 불안하고 전술의 변화가 적다는 점에서 '조광래식 축구'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아무튼 조광래 감독으로선 올 시즌 확실히 자기 스타일을 찾은 셈이고 이러한 상승세가 내년까지 이어질지 관심이다.

유승근기자

usk@hk.co.kr

■안양 우승 원동력

안양 우승원동력

안양 LG의 우승은 투자가 만들어낸 결실이었다. 올 시즌 예산은 지난해보다 30억원이 많은 110억원.

증가액 대부분이 선수를 위한 투자였다. 최고이적료(120만달러)의 드라간 등 용병 4명과 국내 트레이드 사상 최고액(2억5,000만원)을 들여 최윤열을 스카우트했다.

출전승리급제를 도입해 수당을 차등지급, 선수단에 50%의 연봉인상효과를 가져왔다. 연봉 2억8,000만원을 받는 최용수의 승리수당과 보너스가 2억원에 가깝다.

프로구단 최초로 시즌중 1억원의 보너스를 두 차례나 지급했다. 사기는 크게 올랐고 주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2군의 무명선수들이 1군에 올라와 전력을 증강시켰다.

배재대를 나와 드래프트 5순위로 입단한 프로 2년차 왕정현은 28경기서 9골2어시스트로 우승에 크게 기여했고, 연습생출신의 중앙수비수 한상구는 성실한 노력을 토대로 주전으로 발돋움한 케이스.

LG그룹내 임원동호회도 선수단 사기진작에 큰 몫을 했다. 170명의 임원이 1인당 100만원씩 가입비를 내고 매월 우수선수를 선정, 시상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이러한 지원은 모두 허창수 구단주의 축구사랑에서 비롯됐다.

안양은 올 시즌 최태욱 등 고교출신 청소년대표 영입을 위해 9억원을 투자했다. 이들은 아직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지만 내년 이후 전력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유승근기자

u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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