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대 신입생 보호자의 직업 가운데 부유층인 전문직과 관리직이 전체의 49.8%라는 사실은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돈 있는 집 자녀일수록 공부도 잘하는 교육의 부익부 빈익빈(富益富 貧益貧) 현상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전체 인구 중 전문직과 관리직은 9% 정도인데, 서울대 신입생의 반수가 이들 몫이니 계층간 위화감을 자극할 만하다. 지역별로는 70% 이상이 7대도시 출신이고, 전체의 44.1%를 점하는 서울출신 가운데도 부유층 밀집지역인 8학군 출신이 과반수를 점하며, 상대적으로 농어민이나 생산직 학부모들이 격감한 현상이 이를 뒷받침한다.
전통적으로 지방과 서민출신 자녀가 많았던 고려대도 10여년 사이 농어촌 출신이 20%에서 5%로 줄어든 사실은 부유층 독점현상이 서울대 뿐만이 아님을 말해준다.
좋은 대학 인기학과 졸업장이 미래를 보장하는 사회에서 자녀를 그런 대학에 보내고 싶어하는 것은 누구나 품는 욕망이다. 문제는 아낌없이 과외비를 쓰는 학생에게 유리하고, 그렇지 못한 학생은 아무리 애써도 명문대학 들어가기가 어려운 입시제도에 있다.
오늘의 한국을 움직이는 중추세력은 대부분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일어선 성공사례의 주인공들이다. 집안이 어려워도 공부만 잘하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믿음은 불우한 학생들에게 희망의 등대가 되어 주었다.
그러나 있는 집 자식이 아니면 명문대학 가기가 어렵다는 인식이 보편화하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어진다. 자식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야겠다는 충동이 만연해 부정부패는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고, 계층간의 갈등은 더욱 심화할 것이다.
어제 대입 수능시험이 끝났다. 이 시험 성적을 대입전형의 가장 큰 잣대로 삼는 제도로서의 수능시험은 이번으로 마지막이고, 2002학년도부터는 내신성적을 골간으로 하는 학생부 중심의 무시험 전형제도가 시행된다.
시험성적 이외에 여러 가지 평가기준이 있는 수행평가의 비중이 커진 내신성적이라는 것이 또 있는 집 학생들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해서 일선 교육계에 말이 많다. 과외예방에만 목표를 집중시키는 비교육적 입시제도 보다는, 가난해도 머리 좋고 의욕 있는 학생들도 기회를 갖도록 대입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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