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작은신화의 '맥베드, The Show'셰익스피어의 '맥베드'는 우리 시대의 리트머스 시험지인가. 은밀한 유혹, 권력에의 광기, 범죄와 죄의식, 예정된 파멸을 치밀하게 그린 원작이 이 시대의 시청각 이미지들과 결합, 미처 들을 수 없었던 언어를 토해낸다.
이번에는 극단 작은신화가 그 대열에 합류, 새로운 무대를 창조해 낸다. 극단 물리가 '맥베드'의 페미니즘적 개정판 '레이디 맥베드'를 공연한 지 반년만의 일이다. 이번 작품은 악녀 레이디 맥베드에 초점을 두지 않고, 맥베드의 욕망과 죄의식 속으로 더욱 깊이 파고 들어갔다. 한판 광란의 쇼 같은 '맥베드, The Show'다.
극은 맥베드가 부인의 충동질에 못 이겨 권력 놀음판 속에 던져져, 마침내는 나락에 곤두박질 치는 과정을 감각적으로 보여준다. 현대적으로 변용된 다섯마당의 놀이판이 기다린다.
객석을 통해 나온 전사들이 전쟁의 춤을 춘다. 사이렌과 무전기 소음의 파도 속에서 맥베드 부부 내외는 전화를 통해 둘의 은밀한 욕망을 교감한다(1막 소리의 숲).
부인의 사주로 살인을 저지른 맥베드의 발자국마다 피의 흔적이 뚜렷하다(2막 피의 소리). 맥베드의 대관식에서 죽은 자들은 환청으로 맥베드의 정신을 분열시킨다(3막 원 맨 쇼).
넋이 나간 레이디 맥베드가 자신의 양심을 찔러 대는 소리들(4막 최후의 만찬)에 괴로워하는 대목으로 '맥베드'는 막을 내린다(5막 사라지는 소리).
마당극 개념을 원용, 무대의 공간적 지평을 넓혔다. 객석과 무대 사이의 공간까지 무대로 사용, 객석ㆍ무대의 벽을 없앴다.
원 맨 쇼 대목에서 무대 감독이 맥베드에게 아코디언을 가져다 주면, 아무도 없는 무대에서 맥베드가 아코디언으로 한바탕 놀음을 벌이는 방법 역시 무대와 객석의 벽을 허무는 마당극 정신에서 원용한 것이다. 그래서 무대가 연극적 공간이라면, 경계가 허물어져 연기까지 이뤄지는 무대와 객석의 점이지대는 초월적ㆍ상상적 공간이 된다.
지난 3월 '고래가 사는 어항'으로 해맑은 동화의 세계를 연출한 연출가 김동현씨가 정반대의 작품에 뛰어 들어 이뤄낸 변신의 결과가 주목을 끈다. '고래가.' 등 전작에서 확인된 김씨의 음악적 감각은 이번 무대를 더욱 생생히 한다. 쇤베르크 등 평소 듣기 힘든 현대음악, 각종 현대적 소음 등의 적극 구사는 고전의 현대화 작업에서 공감각적 이미지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선종남, 길해연이 맥베드 부부로 분하고, 홍송경 최선미 등이 협연한다. 16일~12월 3일까지 학전 그린 소극장. 화~목 오후 7시 30분, 금~일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일 오후 3시 6시. (02)747-5161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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