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시나리오미국 대선이 끝내 법정 공방전으로 비화했다. 민주당의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 진영 모두 12일 새벽(이하 현지시간) 팜 비치 카운티 선거당국의 수(手)작업 재검표 결정 이후 재검표의 정당성에 대한 법정 싸움을 벌일 태세를 분명히 했다.
특히 부시 후보측은 아직 승패가 가려지지 않은 다른 주에서도 투표 보존 신청을 하는 한편, 여차하면 재검표를 요구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향후 어떤 돌발 변수가 기다리고 있는지, 사태가 과연 언제까지 계속 될 것인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두 후보는 모두 명예롭게 승리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여론의 추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날짜별로 분기점이 될 상황을 예상해 본다.
▲ 11월14일(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지방법원이 13일 밤 부시측이 제기한 수작업 재검표 금지 신청에 대해 어떤 판결을 내리든 간에 이 사건은 항소법원을 거쳐 대법원까지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14일 오후 5시까지 개검표결과를 보고할 것을 요구한 주 국무장관이 팜비치 등 4개 카운티의 결과보고 시한을 연장해 줄 것으로 현지 언론은 보고 있다. 12일 밤 부터 수작업에 들어간 볼루시아 카운티 선관위는 이미 시한을 연장해달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그러나 수작업 재검표가 진행되더라도 4개 카운티 170만 표에 대한 재검표 결과가 나오려면 다음주를 넘길 공산이 커 보인다. 팜 비치의 경우 1% 샘플을 수작업 재검표 하는 데만 9시간이 걸려 전체 투표에 대한 수작업 재검표는 꼬박 닷새에 해당하는 118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 11월 17일(금)
마침내 해외부재자 투표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고어가 부재자 투표에서 완패하면 사태는 사실상 종료된다.
그러나 승리를 낙관해온 부시가 패하거나 수작업 재검표 결과를 상쇄할 정도로 리드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때는 복잡해진다.
부시는 이날 오후 5시 이전에 현재 5,000표 미만의 차이로 뒤지고 있는 아이오와주 99개 카운티 선관위에 일일이 재검표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내 '맞불 작전'을 펼칠 수 있다.
▲ 11월 20일(월)
부시측이 플로리다에 패하고도 집권을 도모할 경우 6,000표 이내 차이로 뒤지고 있는 위스콘신주에 대해 이날 추가적으로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다.
부시는 이어 27일 오리건(선거인단 7명), 28일 뉴 멕시코주(5명)에 연쇄적으로 재검표를 요청할 것이다. 부시는 플로리다(25명)에서 패하더라도 위스콘신(11명) 등에서 모두 역전하면 산술적으로는 당선권인 선거인단 271명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부시가 쟁점이 된 주 가운데 아이오와만 잃을 경우 두 후보 선거인단이 269명 동수를 기록, 하원이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12월 18일(월)
양측의 물고 물리는 법정 소송과 재검표 요구가 이어지면 선거인단 투표에 '전체 선거인단의 다수를 득표한 후보가 당선된다'고 규정한 수정헌법 12조를 적용, 문제가 있는 주를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플로리다는 법원이 재투표 결정을 내리거나 소송이 장기화할 경우 12월 12일 선거인단 지명 시한을 맞추지 못해 플로리다의 선거인들은 사표(死票)가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현재 전체 선거인단 경쟁에서 앞선 고어가 유리하나, 수정헌법의 적용여부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상황이다.
박빙의 승부가 연출된 만큼 고어측 선거인단 중 일부가 부시에게 '반란표'를 던져 당락이 엇갈릴 수도 있다.
▲ 2001년 1월5일(금)
상하 양원이 합동으로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공식 개표ㆍ공표하는 이날 "주민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등의 이유로 선거결과에 이의가 제기될 수도 있다.
전통적으로 의회의 선거인단 투개표 관여는 '요식행위'에 불과했지만, 미 연방법은 상하 양원의 의원 2명 이상이 문서로 거부 의사를 표명하면 상하양원의 다수결로 선거인단 투표의 수용여부를 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느 후보도 선거인단 과반수(270표)를 확보하지 못하면 하원이 전국 다수 득표순 3명의 대선 후보 중 대통령을 선출하는 게 일반론이다. 이 경우 각 주별로 1표씩 투표권이 있기 때문에 현재 29개주에서 승리한 부시가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2001년 1월20일(토) 예정 대로 라면 이날 4년 임기의 제43대 미국 대통령이 공식 취임한다.
이동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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