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 의원들은 현재의 국정 상황이 '어렵다'는 데에는 대체로 공통된 인식을 보였다. 그러나 그 위기의 강도 및 원인, 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에 있어서는 현격한 시각차를 보였다.민주당 의원들은 개혁의 불충분, 정책혼선에 따른 국민의 신뢰상실, 여야간 정쟁 등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보다 철저한 개혁 수행, 공직자의 도덕성 회복 등을 주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통령 1인 통치와 정부의 무능, 지역편중과 부정부패가 국가의 총체적 위기를 불러 왔다면서 내각 총사퇴 등 강도 높은 처방을 요구했다.
민주당도 그 어느 때보다 정부에 대한 비판의 날을 세웠다. 민주당 원유철(元裕哲) 의원은 "최근의 경제 불안과 개혁추진 과정의 정책혼선으로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고 위기의 원인을 진단했다.
배기운(裵奇雲) 의원은 "개혁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많은 만큼 정부는 국정개혁의 중간성적표와 향후 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희규(李熙圭) 의원은 "지역감정을 앞세워 얄팍한 이익을 얻으려는 구시대 정치의 답습을 고집하는 세력은 반드시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한나라당을 겨냥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현 상황을 '총체적 위기'로 규정한 지난주 이회창(李會昌) 총재 대표 연설의 맥을 이어가면서 파상적인 공세를 펼쳤다.
하순봉(河舜鳳) 의원은 "청와대 1인통치 등 인치와 국정주도세력의 부재, 부패가 경제 위기와 국가의 총체적 위기를 초래했다"면서 "즉시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및 내각 총사퇴, 중립 위기관리 내각의 출범도 즉각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화(鄭義和) 의원도 "정치는 불신당하고 경제와 대북문제는 불안하고 의약분업 등으로 국민의 불만이 가득한 현 시기는 3불(不)의 시대"라고 꼬집었고 김부겸(金富謙) 의원은 "현 정부의 최대 화두는 개혁이었는데 제대로 된 것이 없고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고 질타했다.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의원의 시각은 한나라당에 가까웠다.
김 의원은 "위기의 근본원인은 현 정권이 국민과의 약속을 일관되게 추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정부의 인사왜곡을 지적하기도 했다. 답변에 나선 이한동(李漢東) 총리는 "정책결정 과정에 다소 혼선이 있었으나 총체적 위기는 아니다"면서 "조속한 시일내에 개혁작업을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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