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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과장"사칭 정현준씨 농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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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과장"사칭 정현준씨 농락

입력
2000.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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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주식사기꾼 위에는 청와대 환경미화원이 있었다.''정현준ㆍ이경자 의혹사건'의 주역인 한국디지탈라인 사장 정현준(鄭炫埈ㆍ32)씨가 청와대 비서실 과장을 사칭한 환경미화원에게 속아 8억5,000여만원을 날린 사실이 검찰조사에서 드러났다.

정씨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인 사람은 청와대 기능직 공무원 이모(34ㆍ8급)씨. 청와대 곳곳을 청소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부산 출신인 정씨는 1998년 고향친구 소개로 경남 거창 출신의 이씨를 만났다.

막 한국디지탈라인을 인수해 각광받는 젊은 사업가로 떠오를 무렵의 정씨에게 청와대 관계자의 접근은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었다.

이씨는 정씨에게 "내가 청와대에서만 10년을 근무한 베테랑급 과장이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성심성의껏 도와줄 테니 부탁만 하라"고 큰소리치는 등 '미끼'를 던지며 접근했다.

정씨는 그뒤 시간이 날 때마다 이씨를 만나 친분 쌓기에 주력했고, 그에게 향응비 및 전세보조금 1억여원을 쥐어주기도 했다.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인 뒤 정씨는 이씨에게 손실보전을 약속하며 주식투자를 권유했고, 이씨는 친척 돈 수억원을 빌려 닉스 및 평창정보통신 주식에 투자했다.

이씨가 코스닥 폭락으로 모두 7억5,000여만원의 투자손실을 입자 정씨는 주저없이 이 '귀하신' 고객에게 손실보전금을 건네기도 했다.

반면 정씨는 이씨에게 대신금고 이수원 사장에 대한 경찰청 조사를 무마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등 각종 민원 청탁을 했고, 이씨 덕택에 일이 잘 해결됐다고 믿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는 정씨 구속 후 언론에 의해 정씨의 고객관리 수첩이 공개되면서 꼬리가 잡혔다. 이씨는 자신의 사기 행각이 적발되자 9일 청와대에 사표를 내고 검찰에 자진출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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