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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재 국회연설 사실상 공약 내세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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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총재 국회연설 사실상 공약 내세워

입력
2000.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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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국회 대표 연설 제목은 '국가 대혁신으로 총체적 위기를 수습하자'이다.당직자들은 "국민의 심정을 대변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야당의 시각에서 나온 상황 진단 및 처방이다.

이 총재는 현재 상황을 '나라가 무너지고 있는 위기'로 규정, '기본과 원칙을 세우는 대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내각 총사퇴 및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포기 요구의 근거다. 그러나 내각 총사퇴 요구는 당력을 집중할 사안은 아닌 듯 하다.

당내에서도 "국정 혼란이 심각하고, 현 내각은 위기관리 능력이 없음"을 강조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주목할 대목은 "검찰을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우리 당이 정권을 잡게 된다면"이라는 표현을 쓴 점. 당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의 집권 공약을 내건 것은 98년 이후 처음"이라며 "검찰권 중립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했다. 다음은 분야별 주요 내용.

▲총론

국정이 파탄했다. 나라가 부패공화국이 되고 말았다. 이 정권은 외환위기를 국가위기로, 국지적 위기를 총체적 위기로 만들었다. 신뢰상실, 1인통치, 지역편중 때문이다.

국가 대혁신을 단행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당 총재직을 떠나 국정에 전념하기를 바란다. 현 내각은 총사퇴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헤쳐나갈 내각을 새로 구성할 것을 촉구한다. 1인 통치를 그만 두고 법치로 나가야 한다. 검찰 등 권력기관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한다.

▲경제

경제정책도, 구조조정도 실패했다. 금융부실과 기업부실은 구조적 부패 때문이고, 그 뿌리에는 신관치가 있다. 금융불안을 해소하려면 시장이 다 알고 있는 부실기업은 신속하게 정리, 시장의 신뢰와 대외 신인도를 회복해야 한다. 모든 금융 부실을 공적자금으로 해결하는 것은 무책임하고 시장의 자생력을 위축시킨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공적자금의 사용내역, 앞으로의 계획과 근거를 설명해야 한다.

위태로운 지경에 처해 있는 국가부채와 재정적자의 건실한 관리를 위해 국가채무축소와 재정적자 감축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국회서 통과시켜야 한다.

▲사회

준비 안된 의약분업과 교육개혁은 재검토돼야 한다. 정치검찰의 오욕을 청산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찰상을 확립해야 한다. 이번의 탄핵소추는 검찰을 정치검사로부터양심적인 검사에게 되돌려 주려는 것이다.

▲남북관계

경제를 도와주고 평화를 얻는다는 전략적 상호주의가 필요하다. 대북 지원과 남북경협은 북한의 변화와 전략적으로 연계돼 추진돼야 한다. 과도한 대북 지원으로 우리 경제에 부담을 줘서는 안된다.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

■국회연설 與반응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국회 연설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은 '실망과 유감'이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당 총재직 사퇴 요구 등과 관련해선 '늘 하던 정치공세'라며 시큰둥해 했다. 특히 비상내각 구성 주장에 대해선 "뭔가 튀는 것을 집어 넣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서 나온 졸작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서영훈(徐英勳) 대표는 "비상시국은 과거 독재정권 때에나 해당하는 말"이라고 일축했다. 김옥두(金玉斗) 총장은 "이 총재의 연설을 보면 대선 생각밖에 없는 것 같다"고 평했다. 박병석(朴炳錫) 대변인은 공식논평에서 "정부가 4대부문 개혁을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는데 야당이 비판의 도를 넘어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려한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 총재가 제시한 정책대안에 대해서 설훈(薛勳) 의원은 "경제적으로 상호 모순된 주장이 많다"면서 "의약분업도 같이 합의해 놓고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공당 총재로서의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다만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이 총재의 정치적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면서도 "의약분업에 대한 문제제기와 SOC 동결에 대한 잘못 지적은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청와대 측은 "이 총재의 시국진단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 아래 대응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분위기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이 총재의 비상내각 구성 주장 등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는 얘기"라고 말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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