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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꿀먹은 벙어리' 국립보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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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꿀먹은 벙어리' 국립보건원

입력
2000.11.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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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접종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도대체 알 수가 없어요.”9일 오전 초등학교 1학년 딸을 데리고 서울 K구보건소를 찾은 주부 Y(35)씨는 답답한 마음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같은 반 친구 3명이 홍역으로 결석했다는 말에 멀쩡한 딸을 데리고 보건소에 갔지만 찜찜했다. “환자들이 줄 서 있으니 빨리 결정하라”는 보건소 직원의 핀잔 섞인 독촉에는 화가 치밀었다.

전국이 홍역으로 들끓고 있는데도 보건당국은 태연하기만 하다. 방역의 최후 보루인 국립보건원의 행태를 보면 유아와 초등학생을 둔 부모들이 불안해 하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다.

보건원은 홍역환자가 작년보다 무려 40배 이상 늘어 현재 6,000명에 육박하고 있는데도 언론에 공식 브리핑 한 차례 하지 않았다. 경기 이천 등 상당수 지역은 홍역환자 등교 중지 조치가 내려지는 등 사태가 심상치 않은데도 뒷짐만 지고 있다.

책임자의 `입'은 실종됐고, 2차례 낸 보도(참고)자료도 `3~5년에 한번씩 유행하는 전염병', `재접종 및 조기접종 권유' 등 `원론'만 늘어놓고 있다. 원인과 근본대책은 언급이 없다. 홍역 복합백신(MMR)과 홍역 확산의 관계도 규명했어야 했다.

`(홍역은) 재접종을 받지 않은 10세 전후 학생들과 1세 미만에서 발생하고 있다'거나 `홍역 의사(擬似)환자가 많다' 는 등의 설명에는 말문이 막힌다. 10세가 훨씬 넘는 중학생과 유치원생들이 홍역에 걸린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까. 국립보건원이 홍역 유행을 연례행사쯤으로 치부하고 `후진국 전염병'인 홍역이 몇 년 주기로 유행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한 `선진방역'은 없다.

김진각 사회부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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