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정상화 대상 6개 은행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조흥ㆍ외환은행은 추가 자본 확충 방안 마련을 전제로 독자 생존하고, 한빛ㆍ광주ㆍ제주ㆍ평화은행은 독자 생존이 어려워 정부 주도의 금융지주회사에 편입시키기로 한 것이다.이를 계기로 우량은행간 짝짓기 등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2단계 금융 구조조정은 급류를 타게 됐다. 금융권 빅뱅이 시작된 것이다.
이번 구조조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개편의 핵심인 지주회사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대형화ㆍ겸업화ㆍ종합화라는 대세에 비추어 지주회사의 필요성은 인정되지만, 부실은행을 단지 한 우산 속에 집어넣는 것이라면 쓰레기 하치장과 다를 바 없고 시너지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벌써부터 지주회사에 대해 대상 은행들 사이에서 불협화음이 나오고 있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이는 지주회사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빅뱅은 필연적으로 실업을 가져온다. 이번에 독자 생존 판정을 받았거나, 그렇지 못했거나 간에 점포 통합 등 조직 줄이기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최소한 3,000여명은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은행원들의 실직은 그동안 구조조정 과정에서 몇 차례 있었던 데다 최근 기업 퇴출에 따른 대량 실업 상황과 맞물려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예상된다. 금융 부문에 있어 변혁의 바람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전문직인 금융 실업자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요구된다.
경영진과 노조의 자세도 바뀌어야 한다. 경영진은 아직도 남아 있는 관치금융의 잔재를 말끔히 씻어내야 한다. 그동안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여준 태도는 책임있는 경영자의 그것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았다. 문제가 발생하면 먼저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노조도 무엇이 더 이익인가를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투쟁은 곤란하다. 독자 생존 판정을 받은 은행의 경우에도 조건들이 많다. 추가 경영개선 의무 등을 제대로 이행하는지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과감한 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제 기업과 금융 구조조정은 일단 외형적인 매듭을 지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뒷마무리를 어떻게 하느냐이다. 이것을 제대로 못해 개혁이 오히려 불안을 증폭시켰던 과거의 경험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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