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 '한국문학의 탐험' 5권 펴내시인이자 소설가, 문학평론가인 장석주(張錫周ㆍ45)씨가 1900~2000년 100년간의 한국문학사를 원고지 2만 장의 방대한 분량으로 집필했다. 5권의 두터운 책으로 나온 `20세기 한국 문학의 탐험'(시공사 발행)은 딱딱한 전문적, 교과서적 문학사가 아니라 20세기 한국사와 한국인의 생활사, 문화사의 궤적을 함께 볼 수 있는 대중교양적 `문학사회사'라 할 만하다.
문학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20세기 한국인의 삶을 오롯하게 기록한 노작이다.
`문장(文章)으로 보국(報國)할 것'을 결심했던 근대문학 생성기의 선각자들부터 영상ㆍ전자문화시대의 영화, 게임, 만화를 문학적 영감의 발원지로 삼고 있는 90년대 작가들까지 한국문학의 발자취가 책에는 생생하다. 집필기간 8년에 편집기간 2년, 3,000여권의 참고도서, 7만 장 중에서 골라 실었다는 1,600여 장의 사진자료가 공들인 흔적을 보여준다.
책은 20세기 100년을 우선 10년 단위로 쪼개 연표로 보여준 뒤 그 역사적 정황을 개괄한다. 다시 1년 단위로 연표와 개관을 실은 뒤 본문이 이어진다.
한 해를 특징짓는 문학사조, 문단 안팎의 정황에 따라 소제목을 정한 뒤 그 해 대표적 작가(의 라이프스토리)와 문학작품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형식이다. 시 소설 평론 등 작품내용은 물론 신문기사와 선언문 등도 수록했다.
참고문헌 소개와 주요 용어에 대한 다이제스트 식 해설도 유용하다. 예를 들면 1971년 경기도 광주대단지에서 주민 5만명이 정부의 도시정책에 반발하는 폭동을 일으켰고, 그 현장에 작가 윤흥길씨가 있었으며, 그 체험이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로 남았다고 해설하는 방식이다.
`작가는 현실ㆍ현존의 징후를 드러내는 사람'이며 `지난 백 년 동안의 문학 생산자들은 우리가 헤쳐 나온 어두운 시대의 위대한 증언자들'이라는 장씨의 정의에서 그의 집필 의도가 드러난다. 장씨는 “문학이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박제화하고 딱딱하게 화석이 되어 굳어가는 역사를 `살아있는 현재'로 되살려내는 작업”이란 것을 보여주려 한다.
장씨가 이 책을 처음 구상한 것은 93년. 바로 전 해 연말 그는 마광수씨의 `즐거운 사라'의 외설 파동 당시 책을 낸 출판사(청하) 사장으로 61일간 구속됐다 풀려났다.
`일렁이는 분노와 환멸'을 20세기 한국문학통사를 집필하는 것으로 삭이기로 한 그가 당초 300쪽 분량의 단행본으로 쓰기로 했던 계획은 그러나 자료조사ㆍ집필과정에서 점점 규모가 커져, 결국 10배 가까운 2,900여쪽의 저작으로 결실맺게 됐다. 장씨는 “문학에 대한 막무가내의 미욱한 사랑이 없었다면 이 책의 집필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백 년 동안 이룩한 한국현대문학의 내면에는 한국인의 정서와 집단무의식, 한과 상처와 집단 히스테리가 고스란히 나이테로 새겨져 있다”며 “문학의 지형도도 생산ㆍ소비방식의 변화와 함께 달라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근대 초기 3대 천재로 불렸던 최남선 이광수 홍명희에서 보이는 문인=대지식인의 전통이 80년때까지도 이어졌지만 이후 작가는 사회적 소명을 가진 대지식인이기보다는 분업화하고 왜소한 직능인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 서글프지만 불가피한 현실이다.”
장씨는 “그러나 20세기에 이룩된 우리의 문학 정전들에서 21세기의 새로운 사유와 상상력이 발효될 것”이라며 “이 책은 지난 세기에 명멸한 한국문학 유ㆍ무명 별들의 창조의 노고에 바치는 경의”라고 말했다.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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