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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대란 / (下)안전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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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대란 / (下)안전망이 없다

입력
2000.11.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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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수십만명의 실업자가 거리로 쏟아져 나올 전망이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고용ㆍ생계대책은 턱없이 부족하다. 실직자를 보호할 사회안전망에 구멍이 뚫려있는 것.노조의 약화로 대량감원을 막을 길이 없고, 실직자의 재취업은 하늘의 별따기인 상황인데다, 정부의 실업대책 예산과 공공근로, 취로사업 예산마저 크게 줄어 실직자와빈곤층은 구직은 커녕 올 겨울나기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최근 866명의 대규모 명예퇴직이 이뤄진 한빛은행의 경우 상당수 퇴직자들이 "이런 불황기에어디에 재취업할 수 있겠느냐"며 불안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빛은행노조 허준회 정책부장은 "명퇴자의 대부분이 30대후반~40대중반으로 갑작스런 퇴직충격에 혼란을 겪고 있다"며 "상당수가 재취업은 꿈도 꾸지 못하고있으며 은행의 주선으로 임시직을 구한 사람도 생계불안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일용직이나 공공근로 자리도 턱없이 부족한 상태. 서울지방노동청 일일취업센터에는 최근구직문의가 2배 가까이 늘어 연말 취업난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회사의 부도로일자리를 잃고 일용직 인력시장을 찾은 A(34)씨는 "한달간 재취업 자리를 찾다실패해 옛 직장동료 3명과 함께 노동판을 전전하고 있지만 그나마 일거리가 전혀없다"고 한탄했다.

공공근로사업 예산도 99년 2조5,000억원에서 올해 1조307억원에서 내년에는 6,000억원대로줄어 실직자들의 주름살을 더 깊게 하고 있다.

서울시 실업대책반 관계자는"올9월까지 1,668억원에 달하던 공공근로사업 예산이 내년에는 860억원으로반감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으로 내년부터는 영세민 취로사업도 전면폐지된다"며 "신설될 자활공공근로사업도 사업방식이나 예산배정이 확정되지 않아실직자와 빈곤층의 고통이 극에 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턴사원제의 유명무실화로 대학졸업생들의 취업길도 크게 좁아졌다. 연세대 김농주 취업담당관은 "신규채용이 줄어든 상황에서 IMF이후 늘어났던 인턴까지 급감,임시취업도 힘든 지경"이라고 난감해 했다.

한국노동연구원 강순희 동향정책실장은 "재취업이 힘들고 일용직마저 감소하면서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며 "실직자와 빈곤층을 위한 공공근로및 생활보호자금 지원 등 한시적 생계대책은 물론 취업알선망과 실업예산 확충이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서울역 지하도 르포

"노숙과 술때문에 몸도 마음도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요즘엔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들까지 나와요" 7일 밤 11시께 서울역 지하도에는 노숙자 30여명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술기운이 얼큰히 오르자 이들은 달랑 신문지 몇 장에 의지한 채 잠을 청했고 구석진 곳에는 임산부와 노인도 심상찮게 눈에 띄었다.

한달전 공사장 계단에서 굴러 발목이 부러진뒤 노숙자보호시설에서 나와 '서울역 생활'을 시작한 L(37)씨는 "평소 20명 안팎에 불과하던 통로 '식구'들이 날씨가 추워지면서 불어나기 시작했는데 중순쯤 되면 100명은 족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 이 길에 접어든 사람이 많고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에 안돼 노숙자가 된 젊은이도 몇 있다"고 귀띔했다.

가장 젊은 S(27)씨는 "몇 차례 직장에서 쫓겨나 노숙을 시작했는데 알코올 중독과 무력증에 빠지고 말았다"며 "이제 이 몸을 가지고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없을것"이라고 우울해했다.

서울 영등포구 노숙자보호시설 '자유의 집' 최성남(38) 사무장은 "최근 지방 출신 노숙자가 급증하고 있고 신규 노숙자가 전체의 40%를 웃돌고 있다는 사실은 체감경기가 얼마나 나빠졌는 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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