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극장 '교수님 계세요'-실험극장 '애벌레'엽기는 우리시대를 설명해내는 유효한 코드다. 이 시대의 위선을 썰렁하게, 아니면 끔찍하게 드러내는 두 편의 연극이 기다린다. 극단 우리극장의 `교수님 계세요'와 극단 실험극장의 `애벌레'가 엽기성을 변주해 보인다.
점잖아 보이는 교수가 한적한 시골로 거처를 옮긴 것은 노후를 조용히 보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순박한 시골사람들을 은근히 깔보며 나름의 위신을 지켜가던 그는 결국 토지 투기의 야심을 슬슬 드러내고 만다. 극단 우리극장의 `교수님 계세요'.
사람들은 처음에는 교수가 그들의 답답한 일상에 한줄기 빛을 쬐어 줄 구원자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식인의 실상을 알게 된 마을 사람들이 서서히 태도를 바꿔 비아냥거리기 시작한다.
구원에의 기대와 절망이라는 구도에서 봤을 때, 이 극은 `고도를 기다리며'의 21세기 한국 버전이다. 연출자 김춘경씨는 “지식인의 직무유기에 대한 반성”이라고 말했다.
평소 서로에게 공손하던 마을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다 자기 내면이 다치자 호들갑을 떨며 모면하려는 모습 등은 소박한 사람의 내면에도 예측못할 구석이 있다는 작자 윤영선씨의 인간관이다. 시인을 꿈꾸는 삼수생이 자작시를 읊으며 세상을 조롱하는 장면 등에서는 그의 재기발랄함이 느껴진다.
이 무대는 1979년 창단 이래 독일연극 전문 공연 단체로 입지를 굳혀 온 극단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현실 풍자극이다. 11일~12월 10일 인간소극장. 김도용 정병호 정수진 등 출연. 화~목 오후 7시 30분, 금~일 오후 4시 30분 7시 30분. (02)921-4936
`애벌레'는 거세된 남자의 성기, 허구로 드러난 가부장제를 의미한다. 아버지가 어느날 자폭했다. 숨겨온 동성애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잖아도 서로에게 진실되지 못했던 가족은 이제 더욱 제각각이다.
남은 식구들이 따로따로 흩어져 아버지의 죽음을 추리해 보는 과정이 곧 연극이다. 무대는 그래서 여러 모노 드라마를 차례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관객은 편린을 종합, 하나의 진실에 접근해가게 된다.
아버지와 식구들의 위선이 밝혀지는 이 무대에서는 애벌레가 수시로 등장, 무대에 상징성을 더해준다. 해체된 아버지의 육신을 상징하는 엽기적 장치다. 올해로 창단 40년을 맞는 극단 실험극장이 창단 이래 최연소작가(21)의 작품을 상연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1999년 제 29회 삼성문학상 희곡 부문에서 입상한 작품이다. 임태훈 작, 성준현 연출. 송홍진 이양숙 이영숙 등 출연. 15일~12월 10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화~금 오후 7시 30분, 토ㆍ일 오후 4시 7시 30분. (02)764-5262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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