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5년 오늘 영국에서 사형 제도가 폐지됐다. 아이슬란드나 모나코 같은 소국(小國)을 제외하면 유럽의 주요 국가로서는 처음으로 사형 제도를 없앤 것이다.베네수엘라나 코스타리카처럼 이미 19세기에 사형 제도를 없앤 남아메리카 국가들이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1960년대에 들어서야 이 제도를 없앤 것은 다소 때늦은 감이 있다.
실은 영국에서 사형 제도를 없앤 것도 그 얼마 전 한 무고한 시민을 교수대에 매단 오심(誤審) 사건 뒤 이 제도를 폐지하자는 여론이 확산된 데에 따른 것이다. 그 뒤 유럽에서는 대체로 좌파 정부들의 주도로 사형 제도가 차례로 폐지돼 오늘날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사형 제도가 자취를 감추었다.
우리 나라에서도 89년 5월 사형 폐지 운동 협의회가 결성된 이래 법조계와 종교계를 중심으로 사형 제도 폐지 운동이 펼쳐지고 있지만, 아직은 사형 제도를 유지하자는 여론이 더 우세한 듯하다. 노태우 정부 시절엔 39명에게 사형이 집행됐고, 김영삼 정부 시절엔 57명에게 사형이 집행됐다. 새 정부 들어서는 아직 사형 집행이 없다.
그 자신 한 때 사형수였던 김대중 대통령은 98년 9월 피에르 사네 국제 앰네스티 사무총장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은 개인적으로 사형 제도를 반대하지만 현 정부가 사형 제도 폐지를 주도하기에는 사회 여건이 성숙돼 있지 않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생명권은 어떤 법률과 제도에 의해서도 박탈될 수 없는 모든 기본권의 전제라는 폐지론자들의 입장은 가해자의 생명권이 피해자의 생명권보다 더 존중될 수 없다는 존치론자들의 입장을 아직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앞선 나라에서 보듯, 이 제도의 폐지가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고종석 편집위원aromach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