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증권사의 여성 투자상담사가 고객들이 맡긴 수십억원을 챙겨 잠적한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했다.피해자들은 대부분 변호사, 병원장, 교수, 기업체 사장등 상류층 부인들로, 앞으로 투자자 명단이 확인되는데 따라 피해규모는 훨씬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들의 투자금 상당액이 최근 문제된 서울 동방금고의 사설펀드에 맡겨진 것으로 알려져 정현준·이경자 사건과의 관련 여부도 주목된다.
▲ 발생
지난 2일 서울 중구 명동 대우증권 로얄지점의 투자상담사 조모(41.여)씨가 잠적했다. 피해자 A(60.여)씨는 "지난달 공모주 청약금으로 17억원을 가져간 조씨와 2일 저녁부터 연락이 두절됐다"고 했으며, B(60.여)씨는 "조씨가 H사 장외주식 2만주 매각대금 2억 5,000만원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피해를 호소하고 나선 조씨의 고객은 15명선에 피해규모는 현금과 주식 등 50억원대. 그러나 투자자들은 "7일에도 피해자 여럿이 확인되는 등 피해규모가 엄청나게 클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피해집계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 이라며 "일단 조씨가 나타나기만 기다리고 있으나 출국한 흔적은 없다"고 밝혔다.
▲사건배경
조씨는 최근들어 고객 돈으로 주식보다는 사설펀드·사채시장 등에 비정상적으로 투자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남편 M(41.사업)씨는 "서울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이 터진 지난달 중순부터 집에 괴전화가 걸려오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였다"면서 "아내가 '동방금고 부도로 거액이 휴지조각이 됐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지점장 이모(46)씨는 "지금까지 별 사고없이 고객들을 관리해 오던 조씨가 갑자기 사고내 것을 보면 부도난 펀드에 거액이 물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피해자 주변
지난해 초부터 조씨와 거래한 A씨는 "최근 조씨가 '본점 직원들을 잘 아니 코스닥 등록때보다 많은 공모주를 배정받게 해주겠다'며 주식 청약서까지 보여줘 은행 대출금과 사채까지 끌어다 주었다"고 말했다.
C(56.여)씨는 '좋은 가격에 팔아준다'는 조씨 말을 믿고 한국증권금융 2만주를 비롯, 평창정보통신 5,000주, 현대투자신탁 1만주, LG텔레콤 4,000주 등 모두 8억원대 주식을 넘겼으며, 이들 주식은 조씨에 의해 모두 현금화한 채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조씨는 이밖에 잠적 직전 D(54.여) E(71.여)씨등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보름에 이자 10%를 얹어주겠다"는 등 후한 조건을 내걸어 1인당 2,000만원에서 최고 10억원까지 끌어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 주변
조씨는 1979년 S여고 졸업과 함께 대우증권에 입사, 97년부터 계약직 투자상담사로 근무하면서 월 최고 2,000만원을 받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조씨의 언니(44)는 "3일 오전 동생으로부터 '30억원을 당했다. 잠시 피하겠다. 죽고 싶어도 못죽겠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전했다.
강훈기자 hoony@hk.co.kr
김태훈기자 onewa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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