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취업대란이 닥쳐오고 있다.기업퇴출 태풍에 이어 공기업과 금융권 구조조정, 벤처 부도 등 악재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가뜩이나 좁은 취업문이 송두리째 얼어붙고 있다.
은행과 공기업, 건설업체들은 채용계획이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이고 중소기업이나 벤처마저 신규채용을 극도로 기피, 취업자가 지난해의 절반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수시채용이 일반화하면서 지방대생은 아예 취업길이 막혔고, 서울의 대학 졸업생 사이에서도 “뽑는 회사가 도대체 어디냐” “원서라도 구해보자”는 등 절박한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취업 전부터 감원 칼바람
공기업체나 금융권은 기존의 채용계획마저 모두 취소한 상태. 지난해 220명을 뽑았던 한국통신은 경기악화와 내부 구조조정을 이유로 채용계획을 백지화했고 한국전력도 올해 채용계획이 없다.
지난주 직원 860명에 대해 명퇴를 실시한 한빛은행과 2차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조흥은행 등 은행권은 신규채용은 꿈도 못꾸는 상황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소 인력 확보를 위해 어쩔 수 없이 100여명을 뽑을 계획이지만 지난해의 절반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대부분 채용계획을 취소하거나 축소했으며 현대그룹 계열사 등 상당수 대기업도 올 여름 세운 채용계획을 전면 수정, 취업시장에도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고질적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의 경우도 구인자에 비해 구직자가 3배 이상 많은 상황.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관계자는 “채용계획을 보류하는 중기가 속출하면서 최근 한두달 사이 구직자는 20% 이상 증가한 반면 구인자는 45%가량 줄었다”고 밝혔다.
소방기구를 생산하는 ㈜금성방재공업 인사담당자는 “공채는 물론이고 수시채용 계획도 없다”며 “기존 직원을 안자르려고 발버둥치는 마당에 무슨 신규채용이냐”고 반문했다.
코스닥 한파와 줄도산 위기를 맞고 있는 벤처업계도 채용여력이 없다. 디지털 비디오레코더를 생산하는 ㈜인터매직 관계자는 “신입사원보다는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경력사원만 필요시 채용하고 있다”며 “당분간 별도 채용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460개 기업체를 상대로 한 월간리쿠르트의 채용계획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졸신입사원 기채용 또는 채용예정인원은 8월말 2만2,000명에서 10월말 1만2,000여명으로 1만여명이나 줄어들었다..
◆원서낼 기회조차 없다
대학생들의 체감 취업지수는 더욱 심각하다. 수시채용과 서류심사가 늘면서 일부 명문대를 제외한 중하위권 대학이나 지방대생들은 시험을 쳐볼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있다.
성균관대 법학과 4학년 민석원(27)씨는 “10월부터 대기업체 10군데에 원서를 넣었는데 줄줄이 낙방했다”고 하소연했고 경남 인제대 무역학과 대학원에 다니다 상경해 취업준비중인 조창민(28)씨는 “10월 이후 대기업, 중소기업을 안가리고 20군데나 원서를 냈지만 면접을 볼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부산 부경대 졸업생 최모(27)씨는 “건설회사에 지원했더니 20명 모집에 3,800명이 몰렸다. 영어실력에 건축기사 자격증까지 갖췄지만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허탈해 했다. “올해 20번 서류전형에 한번도 통과하지 못해 죽고 싶은 심정” “지방대는 원서기입란에 대학 코드번호도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일선 대학에서는 취업률이 지난해에 비해 30~40%가량 줄어들었다며 비상이 걸린 상태지만 노동부 등 당국은 아직 취업대책은 물론 통계마저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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