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관계가 급진전하면서 북한에서도 영어공부 열기가 뜨겁다. 영어를 잘하면 출세에도, 돈벌이에도 유리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영어를 가르치는 외국어학원 진학이 김일성종합대학 입학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나돌 정도이다.그러나 네이티브 출신 교사가 없어 영어교육에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은 지난달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과의 회담에서 영어교사 파견을 요청하기도 했다
북한은 1960년대부터 러시아어와 함께 영어를 고등중학교 1학년 때부터 가르쳐 왔다. 옛 소련 등 사회주의권이 붕괴한 1990년대 들어 영어는 러시아어를 제치고 대다수 학교에서 제1외국어로 자리잡았다. 학생들은 기초부터 단계별로 제작된 교과서로 공부한다.
남측의 대입 수학능력 시험에 해당하는 `대학추천을 위한 예비시험'에도 영어시험을 보는데 문장짓기, 문장쓰기, 단어쓰기를 테스트 한다.
대학에서도 영어를 필수적으로 배우며 졸업시험 과목에도 들어 있다. 특이한 것은 군소속 대학에서는 “원수(怨讐)의 언어를 알아야 한다”는 구호 아래 미국식 영어를 배우지만, 일반 학교에서는 영국식 영어를 배운다는 점이다.
일반 교육과정과는 달리 전문 외국어 교육기관이 따로 있다. 우리의 외국어 고교에 해당하는 고등중학교 과정의 6년제 외국어학원이 평양과 각 시도마다 1개씩 설치돼 있다.
외화벌이가 국가적으로 중요해지고 대외관계 개선이 이뤄지면서 외국어학원 입학경쟁도 치열하다. 또 외국어 학원을 나와야 평양 외국어대학이나 김일성종합대학 외국어문학부, 외교관을 양성하는 평양 국제관계대학 등에 입학 추천을 받을 수 있다.
일반 고등중학교 출신들은 이들 대학에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인민학교 졸업 때와 일반 고등중학교 3학년 과정을 마쳤을 때 등 두 차례에 걸쳐 선별적으로 입학 기회를 준다.
외국어 학원은 반별로 영어 러시아어 중국어 아랍어 등 8개 외국어를 배우는 데 영어지망생이 대다수이다.
이 곳에서는 일반 학교와는 달리 교재 뿐 아니라 카세트테이프로 영어공부를 할 수 있고, 학습 성취도에 따라 영국과 미국 영화 중 국가에서 지정한 영화로 `청취 공부'도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어학 실력이 상당하다.
북한에서 평양 외국어대학 등을 나오면 해외 외화벌이 일꾼이나, 당 국제부, 외무성 등에 들어갈 수 있다.
북한에서 러시아어 통역사로 활동한 탈북자 김모씨는 “달러를 만져 잘 살 수 있다는 생각에 청소년들은 외국어 학원과 외국어대학 진학을 가장 선호한다”며 “실력과 배경도 두루 좋아야 입학이 가능해 당 관료 자제가 아니면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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