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첫 대통령을 선출하는 미 대선이 1년 반여에 걸친 대장정 끝에 드디어 결승선에 들어섰다.이번 선거는 선거일을 불과 하루 앞두고도 “차라리 점쟁이에게 결과를 묻고 싶은 심정이다”는 여론조사기관 조그비 인터내셔널사의 존 조그비 소장의 말대로 뚜껑을 열어봐야만 알 수 있는 박빙의 승부를 연출하고 있다.
미 언론들도 불과 0.2%포인트 차로 승패가 갈린 1960년의 존 F.케네디와 리처드 닉슨 대회전 이래 최고의 혼전이라고 평하고 있다.
선거가 이런 양상으로 흘러 온 데 대해 전문가들은 어느 후보도 유권자를 집중적으로 흡입하지 못하는 `성품상의 문제'들을 제각기 안고 있는데다 사상 최장기간의 호황을 구가해 온 경제가 미국사회에 이렇다 할 이슈를 던져 주지 못하고 있다는 배경을 꼽고 있다. 과거의 경우 대외적인 위협요인들이 선거에 긴장감을 주기도 했으나 냉전이후 탈바꿈을 해 버린 국제 환경도 한 몫을 한 것으로 지적된다.
그나마 초반의 선거운동과정에서 공약대결 양상을 보이기도 했으나 곧 상대방 흠집내기로 운동이 변질되면서 여론의 질타를 받기까지 했다. 두 후보진영은 막대한 정치자금을 투입한 TV광고에서 자신의 공약을 홍보하기보다는 상대방 공약을 비난하고 인간적 결점을 들춰내는 구태를 재연했다.
이로인해 유권자들의 정치기피 심리를 확대재생산했고, 이는 다시 유권자들로 하여금 정책공약보다는 개인적 호감도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역작용을 재촉했다는 평가이다. 국민들로서는 이번 선거의 투표가 결코 즐겁지 않은 부담이 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CNN의 정치해설가인 윌리엄 슈나이더는 이에대해 “미국선거가 점차 인물대결이 아닌 감성대결로 변질돼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년여간 엎치락 뒤치락의 반전이 거듭됐던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이번 선거는 역대 선거사상 최다 선거자금이 투입된 것으로 나타나 `정치자금 개혁'이 완전한 구두선에 그치고 말았다는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당초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후보는 출마를 선언한 이후 거의 1년여 간 민주당 앨 고어 후보를 줄곧 5~10%포인트차로 리드해 왔으나 8년의 집권경험을 쌓은 민주당의 반격은 지난 여름 전당대회 이후 거센 잠재력을 발휘해 왔다.
로스앤젤레스 전당대회를 계기로 `탈(脫)클린턴작전'에 성공한 고어진영이 `공약대결'국면으로 선거전을 이끌면서 고어후보가 10% 포인트이상 지지율을 리드하는 역전극이 빚어졌고, 여기에는 정통유태인이면서 `도덕군자'로 불리는 조지프 리버만 상원의원을 전격 런닝메이트로 선택한 점도 크게 기여했다.
전당대회후 전국을 순회하는 선거전이 본격화하면서 고어후보가 노동절 여론조사에서 차지했던 `오차범위내 경합우세'를 고수하는 양상이 2달여동안 지속됐다. 이같은 국면은 그러나 10월초부터 열린 3차례의 TV토론회를 고비로 뒤바뀌고 말았다.
부통령직을 수행하며 국정전반을 꿰뚫고 있는 `토론박사' 고어후보가 어수룩한 부시후보를 완전히 짓누를 것으로 전망됐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선거전문가들은 고어후보가 '행정경험`과 '공약전달력`등에서는 앞섰으나 유세기간중에 노출됐던 '과장벽`과 '경직성`을 전국의 안방에 적나라하게 노출시킴으로써 신뢰도 하락을 불러왔다고 분석했다.
`새로운 변화'냐, `민주당의 3기집권이냐 '. 이제 미국 유권자들의 선택은 하루를 남겨놓고 있다.
/워싱턴=윤승용특파원 SYY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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