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지원싸고 관계악화현대건설이 법정관리 위기를 눈앞에 두고 5일 정몽헌(MH)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 주재로 계열사 사장단 회의를 열던 시각, 현대 계동 사옥에 함께 입주해있던 현대자동차는 양재동 신사옥으로 이사하는데 바빴다.
사장단과 재정본부 경영전략팀 총무국 등 핵심 부서는 이날 이사를 끝내고 6일부터 양재동 신사옥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특히 정몽구(MK) 현대차 회장은 4일 서둘러 집무실을 양재동으로 옮긴 후 미뤘던 중국출장길에 올랐다. 현대차는 당초 연말까지 사옥을 양재동으로 옮길 예정이었으나 MK가 “이번 달 안에 끝내라”고 다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MK는 합작투자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1주일간 베이징에 머물 예정”이라며 “현대건설의 자금난에 대해 도와줄 것이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MH의 지원요청에 대한 MK의 거절과 현대차의 양재동 이사는 두 형제의 `결별 의식'으로 해석된다.
MK의 싸늘한 `외면'에 대해 MH측은 섭섭함을 감추지 않고있다. 현대 고위 관계자는 “현대이름을 달고 계열분리된 기업들 중 과거 현대건설의 도움을 받지 않은 곳이 어디 있느냐”며 “오늘날 현대를 만든 모태기업이 퇴출 위기까지 몰렸는데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 것은 너무하다”고 털어놨다. 허탈감에 빠진 현대그룹 직원들도 이 같은 `모태론'에 공감하면서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냉담을 원망하는 눈치다.
현대 구조조정위원회 고위관계자는 “현대건설은 9남매를 키워 출가시킨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며 “MK가 방법을 찾는다면 얼마든지 개인적으로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계열사 지원이 아니라 형제들의 사재출자를 포함한 `가족해법'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MK측의 반박은 `빈손론'이다. “계열분리 과정에서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조차 받지 못하고, 경영권 장악 시도에 맞서 어렵게 떨어져 나온 마당에 무엇을 어떻게 도와주라는 것이냐”는 것이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주주권익을 보호하면서 시장 원리를 충실히 지켜야 하고 계열분리 당시 3년간 지분거래 및 자금지원을 하지 않기로 공정위에 각서까지 썼는데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느냐”며 “몽구회장은 할 얘기가 없기 때문에 가족회의에 참석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 전 명예회장의 유산은 사실 몽헌 회장이 다 가져가고 장자인 몽구 회장은 자동차 경영 외에는 단돈 1원 한푼 받은 게 없다”며 “유상증자에 참여해도 동일인 지분한도인 3%이상은 살 수 없을 뿐더러 MK가 이를 살 만큼 물려받은 사재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계열사 지원 논란은 현대건설의 유동성 위기 극복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정씨 형제간 앙금만 키우는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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