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가 심각한 자금난에다 자구안에 대한 노조와의 합의 실패로 부도 위기에 몰렸다. 엄낙용 산업은행 총재는 4일 “대우차 자구계획에 대한 노조의 동의가 없는 한 다음주 초 부도가 불가피 하다”고 밝혔다.진 념 재정경제부 장관도 5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 “대우차 노사가 고통분담 차원에서 획기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면 GM과의 매각협상이 어려울 것이며 협상이 잘못될 경우 살아남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와 채권단이 부도가 몰고올 엄청난 경제적 파장에도 불구하고 대우차 부도처리 방침을 밝힌 것은 자구안 실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노조에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부진한 구조조정과 해외 매각작업을 촉진하기 위한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대우차 이종대 회장과 이영국 사장 등 경영진은 엄낙용 총재와 진 념 장관의 발언이 나온 4ㆍ5일 연이틀 대우차 부평공장에서 긴급 회의를 잇따라 열어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자금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노조 설득작업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확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이 회장은 회의가 끝난 후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하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차는 현재 운영자금조차 바닥나 판매 수익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지난달 말에도 돌아온 어음 1,800억원을 막지 못해 막판에 채권단으로부터 400억~500억원을 긴급 수혈 받아 가까스로 1차 부도위기를 넘겼었다.
채권단이 신규자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8월말 상여금부터 직원들의 9월ㆍ10월 월급을 주지 못해 체불 임금이 1,400억원을 넘고 있다.
이에 대해 대우차 노조 관계자는 “회사측이 그동안 부실경영과 구조조정 실패의 책임을 노조에 떠넘기려 하고있다”며 “체불임금을 먼저 해결한 이후에 구조조정의 방법에 대해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대우차가 부도날 경우 협력업체의 연쇄부도가 불가피하고 기업가치 하락에 따라 GM과의 매각 협상도 차질을 빚는 등 경제적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기아차와 삼성차도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매각된 전례에 비춰 단기적인 충격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채권 채무 동결로 해외 매각작업이 쉬워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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