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문명과 전통건축 만남대한성공회 강화읍 성당이 15일로 축성 100주년을 맞는다. 대한성공회 성당 중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이며 대한성공회의 산실로 `못자리 교회'로도 불리지만, 이 성당이 더 뜻 깊은 점은 독특한 건축양식 때문이다.
이 성당은 전통 한옥양식으로 지어졌고 불교식 사찰 배치구조와 흡사하다. 또 유교식 현판을 내걸고 있으면서 내부 공간 구성은 서양 바실리카 건축양식을 채용했다. 서양 기독교문명과 한국 전통문화의 만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당시 성공회 선교사들의 토착화 정신이 잘 담겨 있는 역사적 건축물이다.
성당건축은 강화선교를 책임졌고 이후 3대 주교가 된 마크 트롤로프(한국명 조마가) 신부가 총책임을 맡았고 경복궁 중건 공사에 참여했던 대궐목수와 중국인 석공 등이 참여했다.
건평은 70평이고 전체 터가 1,000평 규모인 강화성당은 인천 강화읍이 내려다보이는 옛 강화 토성 자리에 위치해 있다. 경사진입로, 돌계단, 외삼문, 내삼문을 지나 성당에 이르는 구조는 불교 사찰 배치와 유사하다. 사찰의 천왕문을 닮은 내삼문에는 사천왕 대신 범종이 설치돼 있다.
성당 앞 마당 좌우에는 선비나무로 불리는 회화나무와 불교의 상징인 보리수나무가 한 그루씩 심어져 있다. 성당건물 곳곳에는 전통 문양 뿐만 아니라 연꽃까지 새겨져 있다. 더군다나 십자가에는 태극문양이 새겨져있다. 기독교 선교사들이 전통문화를 배격하면서 큰 갈등을 겪었던 사실을 고려하면 불교와 유교의 상징까지 흡수한 점은 놀라운 융합인 것이다. 성공회는 1950년대까지 유사한 한옥성당을 건축했다.
전 성공회대 총장인 이재정 국회의원은 “성공회는 개인의 고백이나 신앙적 체험보다는 함께 나누고 함께 만들어나가는 공동의 신앙을 전제로 한다”며 “한옥성당 역시 당시의 이웃과 함께 하려는 공동체적 가치를 표방하고 있으며,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종교간 화해와 대화를 지향하려는 신학적인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인천지방유형문화재 31호 지정돼 있는 강화읍 성당은 올해 국가사적지로 지정될 예정이다. 대한성공회는 강화읍 성당 축성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5일 이 성당에서 기념미사와 축하잔치를 벌인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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