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끝난 후타리크 알리 외 지음,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옮김
지난 해 신문 국제면과 방송 뉴스를 장식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발칸 공습. 흔히 `코소보 사태'로 불려진 이 전쟁은 `나토=인도주의정착을 위한 전사(戰士)'라는 등식을 전세계 시민들에게 인식시켰다. 동시에 코소보 자치주 내 알바니아인들을 학살한 유고연방의 밀로셰비치는 히틀러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최근 밀로셰비치가 실각한 것에 대해 언론들이 대서특필한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다.
`전쟁이 끝난 후'(이후 발행)는 코소보 사태의 본질을, 지금까지 시각과는 정반대의 입장에서 바라본 책이다. 체 게바라와 함께 게릴라 활동을 했던 프랑스 지식인 레지 드브레를 비롯해 언어학자 노엄 촘스키, `New Left Review'편집위원 타리크 알리 등 서양의 대표적인 좌파 지식인 11명의 글을 모았다.
이들이 고발하는 코소보 사태의 본질은, CNN을 위시한 서구언론의 일방적 보도만을 접했던 독자들로서는 상당히 충격적이다. 프랑스 `르 몽드'1999년 5월 13일자 1면에 실린 레지 드브레의 글이 대표적이다. 그는 당시 코소보와 세르비아를 직접 방문한 뒤 미국과 나토의 `발칸 공습'의 당위성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당국 발표와는 달리 전쟁으로 인해 세르비아 민간인들이 무참히 죽었으며, 세르비아인에 저질러진 알바니아인들의 `인종청소' 역시 상당부분 과장됐다는 것이다.
영국 요크대 정치학과 교수이자 영국사회주의노동당 중앙위원인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글도 설득력이 있다. 그는 유엔의 승인도 없이, 나토가 주권국가를 향해 벌인 이 전쟁이야말로 오로지 `인도주의'라는 외피만으로 수많은 희생을 만들어 낸 대표적인 사례라고 강조한다.
저자들의 걱정은 비단 발칸전쟁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 같은 `나토 일방주의'가 똑 같은 방식으로 강대국에 적용될 때의 폐해를 더욱 염려하고 있다. 체첸에 대한 러시아의 공격, 파키스탄에 대한 인도의 핵공격 위협 등이 이들이 염려하는 `위험스런 상황'이다.
김관명기자 kimkwm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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