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 업무보고서 밝혀“국민들이 각성해 지역감정을 선동하는 정치인, 언론인을 심판해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은 2일 울산시와 부산시를 방문,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지역감정 문제에 우회하지 않고 정공법으로 접근했다.
“화합해야 한다”는 식의 의례적인 수사 대신 “국민화합의 최대 장애물은 정치인” “일부 언론이 상업주의적으로 보도, 지역감정과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등의 강한 표현을 썼다.
특히 정치인에다 언론인까지 이례적으로 거론하면서 `심판'을 촉구한 것은 마치 격문(檄文)을 연상시킬 정도였다.
김 대통령은 “취임 후 국민화합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면서 “정치인들이 지역감정을 선거에 악용, 거짓말로 선동하고 일부 언론이 필요한 숫자만을 인용하며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게 큰 문제”라고 개탄했다.
김 대통령은 북ㆍ미대화의 진전, 콸라룸푸르의 북ㆍ미간 미사일회담, 아시아ㆍ유럽정상회의(ASEM) 등을 열거하고 “지금 세계는 하나의 지구촌이고 남북도 하나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이런 시기에 반쪽난 한반도의 남한에서 지역감정에 매달린다면 자멸행위”라며 “이 문제는 누가 지시해서가 아니고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대통령은 “지역감정을 선동해 표를 얻어 당선된 정치인은 역사에 죄를 짓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들의 새로운 인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지역감정에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자세를 요구했다.
김 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최대한 수렴해야 하지만 무작정 따라가는 게 정부가 아니다”면서 “옳은 일을 할 때는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의 강한 자세는 더 이상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덕담으로 지역감정을 극복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지명되면서 국민대화합에 헌신하겠다고 다짐했고, 그 다짐의 실천을 지역감정에 대한 정공법을 통해 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김 대통령의 충정이 너무 강한 표현으로 또 다른 논쟁을 초래할 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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