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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흥망' 해양 장악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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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흥망' 해양 장악에 달렸다

입력
2000.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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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길은 문화의 고속도로였다윤명철 지음, 사계절 펴냄

우리 역사에서 해양은 생존의 터전이었다. 고조선은 해양전 때문에 한에 패망했고, 조선이 일본에 끊임 없이 시달렸던 것이 바로 바다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었다. 동국대 사학과 겸임교수이자 해양문화연구소장인 윤명철씨가 한민족의 해양활동사를 집성, `바닷길은 문화의 고속도로였다'를 펴냈다.

향후 동아시아에서의 바람직한 발전틀로서 저자가 주장해 온 `동아지중해(東亞地中海)' 모델이 제시된다. 중국과 서해안 일대에서 일본까지 포괄하는 해양 권역이다.

볍씨와 고인돌이 한반도에 전래된 것부터가 바다(황해)를 통해서였다. 책은 동아지중해 권역의 형성에서 통일신라ㆍ발해의 해양 활동까지 정리한다. 이 지역의 주도권 장악 여부는 어떻게 동아시아 헤게모니와 직결되는지 밝혀준다.

풍성한 지도ㆍ사진ㆍ도표가 책읽기에 큰 도움을 준다. 사료를 종합,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옛 뱃길을 재현한 지도 등 첨단 과학의 도움도 받았다. 철갑 무장 고구려 기마병 모습 등 북한에서 발행한 우표도 자료로 제시돼 있다.

저자는 “인류 문명의 대전환기인 21세기는 해양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이제 세계사의 변방에서 탈피, 주체로 나아가기 위해 한국은 동아지중해의 중핵으로서 조정 역할을 떠맡아야 한다”고 말한다.

초강대국이 쳐 놓은 `세계화의 덫'에서 신속히 빠져 나오고, 다른 지역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 지역 내부 간의 협력이 보다 긴밀해졌다는 현실인식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윤씨는 대한해협 뗏목 학술 답사기 `해모수' 등 학술서를 비롯, `환웅, 세상에 나서다' 등 시집을 출간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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